사진=rgj 캡처
사진=rgj 캡처
현재까지 알려진 '세계 최초 청바지'보다 더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작업용 바지가 발견돼 고가에 낙찰됐다.

9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 경매사 홀라버드 웨스턴 아메리칸 컬렉션은 최근 네바다주 리노에서 열린 경매에서 19세기 서부 개척시대 금광 개발 광풍, 이른바 '골드러시' 관련 유물 270점을 총 100만 달러(약 13억1000만 원) 정도에 판매했다.

이 가운데 1857년 노스캐롤라이나주 해안에서 침몰한 난파선의 짐가방에서 담겨 있던 작업용 바지 한 벌이 11만4000달러(약 1억4888만 원)에 낙찰됐다. 이 바지는 흰색에 단추 5개가 달린 형태로, 리바이스가 1873년 세계에서 가장 처음으로 제작한 '501' 청바지보다 최소 16년 앞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경매사 측은 설명했다.

당시 광산에서 일하던 광부들이 쉽게 낡지 않는 질긴 청바지를 작업복장으로 즐겨 입기 시작하면서 리바이스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매에 나온 바지가 리바이스 창업자이자 부유한 건자재 도매상이었던 리바이 스트라우스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크며, 역사적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물건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리바이스사의 역사·기록 담당자인 트레이시 패넥은 AP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바지의 기원에 대한 어떤 언급도 추정에 불과하다"며 "리바이스가 만든 것도 아니고, 광부의 작업바지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일축했다. 그는 청바지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데님 천이 아닌 다른 직물이 쓰인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배에서 나온 유물들. 사진=rgj 캡처
배에서 나온 유물들. 사진=rgj 캡처
AP는 제조사와 관계없이 이 바지가 1857년 9월 12일 침몰하기 전에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유물을 경매에 내놓은 소유자인 드와이트 맨리는 "이 광부들의 청바지는 달 표면에 처음 꽂은 깃발처럼 역사적 순간을 보여준다"며 "리바이스 것인지는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세계 어느 컬렉션에도 나온 적 없는 유일한 골드러시 청바지인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당시 금광 개발이 성행했던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샌프란시스코에서 출항했던 센트럴아메리카호는 파나마 운하를 거쳐 뉴욕으로 향하던 중 중미를 덮친 허리케인을 만나 해저 2195m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당시 탑승자 중 425명이 숨졌으며 153명만 구조됐다.

1988년 인양·복구작업이 시작된 이후 수천만 달러 이상의 금이 발견돼 판매됐는데, 각종 유물이 경매에 부쳐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공개된 유물 중에는 보물실의 열쇠, 웰스파고 은행이 만든 보물상자, 콜트 소형 권총, 새크라멘토의 약국 광고가 새겨진 20달러(약 2만6000원)짜리 금화 등이 포함됐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