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손님을 맞이할 영빈관을 신축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청와대를 활용하는 게 가장 실용적이다. ”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최근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 공식 행사가 자주 열리는 것에 대해 “앞으로는 더 다양한 행사가 열릴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대통령 집무실은 용산으로 옮겼지만, 국빈을 초청하는 행사나 보안이 필요한 회의 등은 여전히 청와대 건물을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한 주 동안 청와대에서 세 차례 공식 행사를 가졌다. 지난 5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국빈 만찬을 영빈관에서 개최한 데 이어 다음날(6일)엔 상춘재에서 푹 주석과 재차 차담회를 가졌다. 지난 8일엔 김건희 여사와 함께 월드컵 국가대표팀을 영빈관에 초청해 환영 만찬을 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달에도 청와대를 활용하는 대통령 행사가 잇따를 것”이라고 귀띔했다.
영빈관에 상춘재까지…돌고돌아 결국 청와대 [여기는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고 청와대를 일반 국민에게 개방한 후 한동안 청와대를 찾지 않았다. 취임 뒤 첫 주요 행사였던 한미 정상회담 만찬은 대통령실 청사 인근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다. 이어진 외빈 행사는 용산 대통령실이나 호텔 등에서 치렀다.

그랬던 윤 대통령이 청와대 건물을 다시 보게 된 계기는 영빈관 신축 계획이 무산된 이후부터다. 실무진이 장소 임대 비용과 경호 문제 등으로 청와대 영빈관을 사용해보자는 의견을 냈는데, 첫 손님이었던 푹 주석이 “한국식 건축의 전통을 체험할 수 있었다”며 크게 만족했다는 전언이다.

일반 국민들도 국빈 초청 행사 등으로 활용되는 장소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선호한다. 사방이 산과 돌담으로 둘러싸 있어 경호도 수월하다. 일주일에 한 번 관람객에게 개방하지 않는 요일(현재 화요일)엔 더 자유롭게 청와대를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이럴 거면 왜 대통령실을 이전했냐”며(오영환 원내대변인) 날을 세운다.

윤 대통령은 필요한 경우 한남동 대통령 관저도 귀빈 행사로 적절히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를 초청한 장소가 한남동 관저다. 언론 등에 공개되지 않은 조용한 곳을 선호한다는 빈살만 왕세자의 취향을 파악한 실무진이 고심 끝에 관저를 회동 장소로 제안했고, 윤 대통령이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다소 긴장했던 빈살만이 윤 대통령과 40여분간 단독회담을 한 후 긴장을 풀더라”며 “필요한 경우 관저도 귀빈 행사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