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병의 정책프리즘] '비 올 때 우산 주는' R&D 정책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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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고금리로 R&D 프로젝트 잇단 중단
불황기 투자는 국제경쟁력 향상 기회 될 것
오준병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불황기 투자는 국제경쟁력 향상 기회 될 것
오준병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에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유례없는 유동성 완화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예상보다 큰 충격으로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를 초래하고 있다. 경기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지고 금리가 높아지면서 일부 자금 여건이 좋지 않은 기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철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은 연구개발 투자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금리가 상승하고 시장이 위축되면 가뜩이나 실패 위험과 불확실성이 높은 연구개발 분야 투자에는 찬 바람이 불기 십상이다. 오랜 기간 연구개발이 필요하거나 성공 불확실성이 높은 제약 바이오 분야는 더욱 그렇다. 바이오산업은 신약 물질 개발부터 임상 1상, 2상, 3상을 거쳐 승인 허가를 받고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10년에서 15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의 제약 바이오 기업은 대부분 글로벌 3상까지 수행해 신약 개발을 완주하기보다는 후보물질 또는 임상 1, 2상 단계에서 라이선싱하는 기술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국내 바이오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임상 3상까지 완주하는 신약의 개발과 판매가 필요하지만, 자금 부족으로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기술 혁신과 금융에 관해 많은 연구를 수행한 조슈 러너 미국 하버드대 교수도 벤처캐피털이 경기변동에 순응적인(procyclical) 투자 행위를 함으로써 연구개발 시장에서 경기변동의 영향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호황기에는 펀드의 조달과 운용이 쉬운 덕분에 투자 가치가 낮은 한계 기업에도 쉽게 투자가 이뤄지지만, 불황기에는 펀드 모집이 어렵고 벤처캐피털의 보수적인 운용으로 장래가 유망한 기업에조차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정작 비 올 때는 우산을 빌려주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역시 기업 간 차별성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은행이 대출 이자율을 일률적으로 상승시킬 경우, 높은 위험을 가진 대출자만 남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벤처캐피털의 경기 순응성이나 은행의 역선택 문제는 연구개발 투자 시장에 시장 실패(market failure)가 존재할 수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정교한 정부의 연구개발 정책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경기변동에 휘둘리지 않도록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연구개발 투자 재원이 필요하다.
불황기에 중소벤처기업이 좀 더 안정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정부의 연구개발 정책을 기대해본다. 세계 모든 국가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고통받는 지금, 정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벤처캐피털과 민간 부문의 연구개발 투자를 장려하는 정책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위기는 기회다. 언젠가 경기가 회복될 때 불황기에 연구개발에 투자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경쟁력 격차는 크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바이오 분야는 우리나라가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산업이다. 그러나 국내 바이오산업은 그 규모와 기술 수준 면에서 여전히 선진국과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우리나라가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라는 점에서 정부의 좀 더 세심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애써 틔워 놓은 바이오 분야의 싹을 유지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 올 때 우산을 빌려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은 연구개발 투자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금리가 상승하고 시장이 위축되면 가뜩이나 실패 위험과 불확실성이 높은 연구개발 분야 투자에는 찬 바람이 불기 십상이다. 오랜 기간 연구개발이 필요하거나 성공 불확실성이 높은 제약 바이오 분야는 더욱 그렇다. 바이오산업은 신약 물질 개발부터 임상 1상, 2상, 3상을 거쳐 승인 허가를 받고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10년에서 15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의 제약 바이오 기업은 대부분 글로벌 3상까지 수행해 신약 개발을 완주하기보다는 후보물질 또는 임상 1, 2상 단계에서 라이선싱하는 기술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국내 바이오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임상 3상까지 완주하는 신약의 개발과 판매가 필요하지만, 자금 부족으로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기술 혁신과 금융에 관해 많은 연구를 수행한 조슈 러너 미국 하버드대 교수도 벤처캐피털이 경기변동에 순응적인(procyclical) 투자 행위를 함으로써 연구개발 시장에서 경기변동의 영향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호황기에는 펀드의 조달과 운용이 쉬운 덕분에 투자 가치가 낮은 한계 기업에도 쉽게 투자가 이뤄지지만, 불황기에는 펀드 모집이 어렵고 벤처캐피털의 보수적인 운용으로 장래가 유망한 기업에조차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정작 비 올 때는 우산을 빌려주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역시 기업 간 차별성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은행이 대출 이자율을 일률적으로 상승시킬 경우, 높은 위험을 가진 대출자만 남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벤처캐피털의 경기 순응성이나 은행의 역선택 문제는 연구개발 투자 시장에 시장 실패(market failure)가 존재할 수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정교한 정부의 연구개발 정책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경기변동에 휘둘리지 않도록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연구개발 투자 재원이 필요하다.
불황기에 중소벤처기업이 좀 더 안정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정부의 연구개발 정책을 기대해본다. 세계 모든 국가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고통받는 지금, 정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벤처캐피털과 민간 부문의 연구개발 투자를 장려하는 정책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위기는 기회다. 언젠가 경기가 회복될 때 불황기에 연구개발에 투자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경쟁력 격차는 크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바이오 분야는 우리나라가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산업이다. 그러나 국내 바이오산업은 그 규모와 기술 수준 면에서 여전히 선진국과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우리나라가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라는 점에서 정부의 좀 더 세심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애써 틔워 놓은 바이오 분야의 싹을 유지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 올 때 우산을 빌려주는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