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테라와 FTX는 뭘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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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길 글로벌마켓부장
![[데스크 칼럼] 테라와 FTX는 뭘 남겼나](https://img.hankyung.com/photo/202212/07.21914393.1.jpg)
오래 가진 못했다. 지난달 유동성 사태가 불거지자 부(富)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는 “뱅크먼프리드 몫으로 추정할 만한 자산이 사실상 없다”고 공개했다. 뱅크먼프리드 자신도 “수중에 남은 돈은 10만달러가 전부”라고 했다.
고객 돈 유용한 FTX의 파산
시장 우려로 뱅크런(대규모 자금 인출)이 발생하자 내줄 돈이 없다는 사실이 금방 확인됐다. FTT 가격이 이미 급락한 뒤여서다. 외부 투자금과 고객 예치금 사이의 경계는 애초부터 없었다. FTX의 파산보호 신청 직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구조조정 전문가 존 레이 3세는 “이렇게 엉망진창인 회사는 처음 봤다”며 “제대로 된 장부가 하나도 없다”고 한탄했다.담보 채권자 상위 50명에게 갚아야 할 부채는 31억달러다. 더 큰 문제는 개인투자자다. 줄잡아 100만 명이 직접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미 금융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피해자가 워낙 광범위해서다. 하지만 깊게 개입하긴 어려운 처지다. 암호화폐가 금융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서둘러 내놓은 지침 역시 상장 기업에 국한됐다. 기업들이 암호화폐 보유 현황 및 FTX 파산에 따른 노출 위험을 공시하도록 했을 뿐이다.
투자자 보호 장치 고민할 때
사실 전조가 없던 것도 아니다. 지난 5월 몰락한 한국산 코인 ‘테라·루나’가 암호화폐 기업 운영의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준 터다.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테라와 루나 가격은 5월 단 3일 만에 99.9% 폭락했다. 회사가 자체 발행한 토큰들은 그 가치가 의심받으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구조였다.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창업자 권도형 씨는 여전히 해외 도피 중이다.암호화폐 시장이 완벽한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을 받는 배경이다. 이젠 본격적인 투자자 보호 장치를 고민해볼 때가 된 것 같다. 국가를 넘나드는 시장 특성을 감안해 국가마다 머리를 맞대는 노력도 필요하다. 투자자 책임도 없지 않다. 맹목적인 믿음에 기초한 투자는 도박과 다를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