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규제를 인권에 앞세우는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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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친인척에 '친생자 생부' 포함
실효성 없고 양심의 자유 침해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실효성 없고 양심의 자유 침해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상 동일인(대기업그룹 총수)의 친인척 범위를 6촌·4촌에서 4촌·3촌으로 축소할 예정이다. 옳은 방향이다. 그런데 동시에 동일인의 혼외 ‘친생자의 생부·생모’를 새롭게 동일인 관련자에 포함할 것으로 알려져 규제완화의 취지가 퇴색했다. 본래는 동일인 관련자에 ‘자녀 있는 사실혼 배우자’를 포함하려 했으나 ‘사실혼’ 존부(存否) 자체가 법원에서 최종 확인되는 것이므로 확인 전에는 알 수 없다는 규제개혁위원회의 지적에 따라 문구를 변경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문구 변경이라지만 개악이다. 현재 혼인 상태인 ‘사실혼’ 관계를 포함함은 물론 경우의 수가 훨씬 늘어난다. 예컨대 사실혼 상태였다가 오래전 관계를 해소했더라도 생부·생모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입양한 경우 친생부·생모가 따로 있다. 또 판례는 불임부부가 대리모를 통해 출산한 경우 그 대리모를 친생모로 인정한다. 이들 모두 동일인 관련자가 된다.
친생자 존부를 공시의무 부과 기준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아이가 있으면 신고 대상이고 징역형까지 부담하지만, 아이가 없으면 중혼이나 사실혼이어도 상관없다는 것은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다. 실효성도 없다. 기업이 최대주주의 사생활, 특히 혼외자 유무까지 알기 어렵고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
공정위가 친생자의 생부·생모를 조사한다고 해도 그것이 공정위 고유의 업무 범위에 속하는지 의문이고, 조사를 위해 개인정보 등을 요구할 권한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친생자의 생부·생모가 그룹 주식을 소유하면 총수의 지배력이 견고해진다는 것이 공정위 규제의 근거지만,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해서 사익편취나 부당지원으로 작동한다는 것은 단순 우려일 뿐이고, 공시 관련 제도 시행 35년 동안 그런 사례도 없었다.
친생자 및 그의 생부·생모에 관한 정보는 개인의 사적 영역에 속하는 내밀한 민감정보다. 이 정보에 관한 자료 제출 거부나 거짓 자료 제출에 대해 과징금 또는 징역에 처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공정위 규제를 피하고자 일부러 부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자녀의 이름을 올리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때 그 아이는 모의 가족관계등록부에만 기재되고, ‘아비 없는 아이’라는 주홍글씨를 머리에 이고 살아가야 한다. 이처럼 친생자가 있다는 이유로 혼외자를 공개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과 비밀, 인간의 존엄성과 인격을 침해하는 것이다.
국가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개개인이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것이 자유민주주의 정신이다. 자유민주적 신념은 아무리 사회에 하찮고 쓸모없어 보이는 단 한 사람, 아무리 가난한 단 한 사람이라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돼야 한다. 총수 개인과 그 아이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어떤 명분으로도 희생돼서는 안 된다. 총수 이전에 국민이기 때문이다.
감추고 싶은 관계를 동일인 스스로 밝히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도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 헌법재판소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는 국가적 조치는 엄격한 기준과 방법에 따라 섬세하게 행하여지지 않으면 아니 된다”고 했다(헌재 2007.5.31. 2005헌마1139). 공정위는 개인의 인격과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 정신을 무너뜨려 가면서 얼마나 대단한 경제원칙을 세우겠다는 것인지. 그야말로 견문발검(見蚊拔劍) 아닌가.
문구 변경이라지만 개악이다. 현재 혼인 상태인 ‘사실혼’ 관계를 포함함은 물론 경우의 수가 훨씬 늘어난다. 예컨대 사실혼 상태였다가 오래전 관계를 해소했더라도 생부·생모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입양한 경우 친생부·생모가 따로 있다. 또 판례는 불임부부가 대리모를 통해 출산한 경우 그 대리모를 친생모로 인정한다. 이들 모두 동일인 관련자가 된다.
친생자 존부를 공시의무 부과 기준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아이가 있으면 신고 대상이고 징역형까지 부담하지만, 아이가 없으면 중혼이나 사실혼이어도 상관없다는 것은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다. 실효성도 없다. 기업이 최대주주의 사생활, 특히 혼외자 유무까지 알기 어렵고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
공정위가 친생자의 생부·생모를 조사한다고 해도 그것이 공정위 고유의 업무 범위에 속하는지 의문이고, 조사를 위해 개인정보 등을 요구할 권한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친생자의 생부·생모가 그룹 주식을 소유하면 총수의 지배력이 견고해진다는 것이 공정위 규제의 근거지만,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해서 사익편취나 부당지원으로 작동한다는 것은 단순 우려일 뿐이고, 공시 관련 제도 시행 35년 동안 그런 사례도 없었다.
친생자 및 그의 생부·생모에 관한 정보는 개인의 사적 영역에 속하는 내밀한 민감정보다. 이 정보에 관한 자료 제출 거부나 거짓 자료 제출에 대해 과징금 또는 징역에 처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공정위 규제를 피하고자 일부러 부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자녀의 이름을 올리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때 그 아이는 모의 가족관계등록부에만 기재되고, ‘아비 없는 아이’라는 주홍글씨를 머리에 이고 살아가야 한다. 이처럼 친생자가 있다는 이유로 혼외자를 공개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과 비밀, 인간의 존엄성과 인격을 침해하는 것이다.
국가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개개인이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것이 자유민주주의 정신이다. 자유민주적 신념은 아무리 사회에 하찮고 쓸모없어 보이는 단 한 사람, 아무리 가난한 단 한 사람이라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돼야 한다. 총수 개인과 그 아이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어떤 명분으로도 희생돼서는 안 된다. 총수 이전에 국민이기 때문이다.
감추고 싶은 관계를 동일인 스스로 밝히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도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 헌법재판소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는 국가적 조치는 엄격한 기준과 방법에 따라 섬세하게 행하여지지 않으면 아니 된다”고 했다(헌재 2007.5.31. 2005헌마1139). 공정위는 개인의 인격과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 정신을 무너뜨려 가면서 얼마나 대단한 경제원칙을 세우겠다는 것인지. 그야말로 견문발검(見蚊拔劍)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