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끝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 사태가 기업·정부의 손해배상 소송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기 파업으로 인한 산업계 피해 규모가 4조1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손해배상 규모도 상당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1일 “파업 철회 후 슬그머니 노조 잘못을 눈감아 주던 그동안의 관행을 따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16일간의 장기 파업으로 인한 책임을 노조에 묻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역시 9일 화물연대의 집단운송 거부는 한국 경제와 민생에 천문학적 피해를 줬다며 피해 보상을 요구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정부는 현재 ‘투트랙’으로 파업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주요 경제·업종 단체를 통해 피해를 본 중소 화주의 손해배상 소송을 대행할 예정이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와 같이 이미 정부에 손해배상 소송 의사를 밝힌 곳도 있다. 연합회가 소속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국 1349개 건설 현장 중 절반이 넘는 785개 현장에서 공사 중단 사태를 겪었다. 연합회 관계자는 “여러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며 “관련 절차를 법무법인 등과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송 규모도 상당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6월 하청노조의 선박 점거 파업으로 인해 피해를 봤다며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회사의 피해액은 8165억원 규모였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산업계 피해 규모는 대우조선해양의 다섯 배인 4조1000억원이다.

정부 차원의 엄정한 법 집행도 이어질 예정이다. 정부는 시멘트 업종 업무개시명령 미이행자에 대해 행정처분과 형사고발을 진행하고 있다. 7일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은 시멘트 화물차 기사 1명을 경찰에 고발하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요청한 바 있다. 화물차주가 운송사의 업무개시명령에 1차 불응하면 자격 정지 30일, 2차 불응 때는 자격 취소 처분이 내려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일종의 ‘사업자 담합’이라고 보고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소속 사업자에게 운송거부를 강요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하면 위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파업 중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를 지속하고 있다. 경찰청은 화물차량 손괴·운송방해 등 41건, 60명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부산과 울산에서 경찰관 폭행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7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