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앞)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11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에 대해 투표하고 있다. 이 대표가 명패함에 본인 명패를 넣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앞)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11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에 대해 투표하고 있다. 이 대표가 명패함에 본인 명패를 넣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이 11일 ‘공휴일 본회의’를 통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해임안 가결은 여당인 국민의힘 항의와 집단 퇴장 속 야당 단독 처리로 이뤄졌다. 국민의힘은 ‘선(先)예산·후(後)국조(국정조사)’ 합의가 파기된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보이콧’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 해임 건의를 수용할 것을 압박했다. 수용하지 않으면 즉시 탄핵 소추에 나설 계획이다.

與 “해임안 처리는 이재명 성동격서”

이 장관 해임 건의안은 재석 의원 183명 중 찬성 182명, 무효 1명으로 처리됐다. 민주당과 정의당, 무소속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본회의는 이례적으로 휴일에 열렸기 때문에 해임 건의안 상정에 앞서 ‘공휴일 본회의 개의에 관한 건’이 먼저 통과됐다.

해임 건의안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재명 방탄 NO 진상규명 YES’, ‘거짓민생 국민기만 민주당은 각성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민주당 측에선 고성과 항의가 터져 나왔다.

의사 진행 발언에 나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도대체 국정조사 합의를 왜 했느냐. 국정조사를 하기로 해놓고 합의 정신을 정면으로 파기한 사람들이 바로 여러분”이라며 민주당을 성토했다. 또 “절대 다수당이라며 힘 자랑, 근육 자랑을 계속하고 있는데, 여러분들 그러다가 근육 터진다”며 “새 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에 발목잡기를 넘어 발목꺾기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대선 불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의원 발언 직후 이 장관 해임 건의안이 상정되자 여당 의원들은 “국회의장 사퇴하라”고 야유하며 전원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 모여 규탄대회를 열었다. 국민의힘 소속 국정조사특별위원들은 사퇴 의사를 밝히며 ‘국조 보이콧’을 선언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예산안이 통과되고 난 뒤에 국정조사를 하고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기로 했는데, 민주당이 약속을 파기하고 국정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해임 건의안을 의결해버렸기 때문에 국정조사가 무용하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 장관 해임안이 ‘이재명 대표 방탄용’이라고도 주장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명의 체포와 사법 처리에 쏠린 국민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성동격서”라고 했고, 김기현 의원은 SNS를 통해 “대장동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된 이 대표의 정치·사법적 위기를 덜어보려는 의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직격했다.

尹 “입장 없다”…野 ‘탄핵 소추’ 준비

반면 민주당은 해임 건의안 의결이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하며 윤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재명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도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고, 정부 책임자 누구도 유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다”며 “해임 건의안 처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의총 뒤 “대참사가 벌어진 것에 대해 정치 도의적, 행정적 책임을 먼저 들어야 한다는 국민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며 “박진 외교부 장관 때와 같이 헌법이 규정한 국회의 요구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해임 건의안 통과에 대해 “입장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회 해임 건의문이 인사혁신처를 통해 정부에 공식 통지되면 박 장관 때처럼 윤 대통령이 수용을 거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설지연/고재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