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사회'에서 사랑을 외치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영국 작가 앨리 스미스(60·사진)는 2015년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영국은 유럽연합(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결정했고,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가 유력 대통령 후보로 떠오르고 있었다. 분열과 갈등이 화두가 된 세상을 앞에 두고 그는 연작 장편소설인 ‘계절 4부작’ 집필에 나섰다.

그 4부작을 마무리하는 작품인 <봄>과 <여름>이 최근 한국어판으로 나왔다. 영국에서 2020년 8월 출간된 <여름>은 최고의 정치소설에 주어지는 조지 오웰상을 받았다. 2016년 나온 첫 권인 <가을>은 이듬해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문학 프로젝트다. 당대 사회 현안을 담은 독립적인 장편소설을 쓴 뒤 제목에 해당하는 계절에 출간한다는 것이 스미스의 아이디어였다.

'갈등의 사회'에서 사랑을 외치다
계절 4부작은 등장인물은 공유하지만 이야기는 이어지지 않는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2020년 2월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여름>도 사샤와 로버트 그린로 남매가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가을>과 <겨울>에 나왔던 인물들이 조연으로 출연한다. 사샤와 로버트, 아이들의 엄마는 <겨울>에 등장했던 아서와 샬럿을 만나 함께 여행을 떠나고, 일행은 또 <가을>에 나왔던 노인인 대니얼 글럭을 만난다.

배경은 겨울이지만 인물들은 저마다 특별했던 자신들의 여름 이야기를 들려준다. 코로나19로 인한 고립, 환경 파괴, 이민자 배척과 좌우 갈등, 심지어 병상에 누운 대니얼의 회상을 통해 나치의 만행까지 다루지만 작가는 우아한 필치로 ‘투쟁’을 외치기보다 ‘사랑’을 말한다.

'갈등의 사회'에서 사랑을 외치다
<여름>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모두가 말했다. ‘그래서?’ 마치 ‘그래서 어쨌다고?’ 하듯, 어깨를 으쓱하거나 ‘그래서 나더러 어떻게 해달라는 건데?’나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어’나 ‘사실 나는 찬성이야, 좋다고 봐’라고 하듯이.” 작가는 이런 냉소적이고 방관적인 태도를 버리고, 전 지구적 인류애를 바탕으로 화합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미스는 스코틀랜드에서 언젠가 노벨문학상 작가를 배출한다면 1순위로 꼽히는 작가다. 부커상 최종 후보에만 네 차례 올랐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