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부 장관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도입을 주도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의 영향이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압둘아지즈 빈 살만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리야드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유가 상한제에 대해 "현 상황에서는 명확한 결과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 상한제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보는 미래는 불확실성밖에 없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만든 제도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방의 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맞대응과 그에 따른 추가 조치 등을 고려해가면서 향후 국제 원유 시장을 전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최근의 상황을 보면 OPEC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의 감산 정책은 옳은 정책이었음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지난주 OPEC+ 산유국들은 장관급 회의를 열고 지난 10월 결정한 하루 200만 배럴 감산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하루 200만 배럴 감산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대 규모였다.

OPEC+는 당시 계속된 미국 등의 증산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고, 결국 국제 사회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OPEC+는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는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른 경제적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최근 계속된 경기 침체 전망으로 인해 수요가 급감하면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7거래일 연속 떨어져 배럴당 70달러 가량으로 주저앉았다.

압둘아지즈 장관은 모든 OPEC+ 회원국들이 의사 결정에 참여한 것이며 앞으로 1년간은 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춰 생산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인해 수요 증가 기대감이 나도는 것과 관련해 압둘아지즈 장관은 "방역 완화가 중국 경제에 영향을 줄 때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