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2023년 경제 키워드는 'R의 공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30년래 최악의 경기침체 예고
장·단기 금리 역전, 유가 하락 등
세계 경제 'R의 공포' 가시화
단기 처방보다 체질개선 필요
노동·규제개혁의 '골든타임'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前 금융위원장
장·단기 금리 역전, 유가 하락 등
세계 경제 'R의 공포' 가시화
단기 처방보다 체질개선 필요
노동·규제개혁의 '골든타임'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前 금융위원장
국내외 경제 먹구름이 짙어지는 가운데 새해에는 경기 침체(recession)가 불가피하고 구조적 장기 침체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극복을 위한 올해 고강도 금리 인상의 충격이 시차를 두고 내년 거시경제 전반을 강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인도 중국 등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보일 나라도 있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가 마이너스 성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의 지적대로 실질적 경기 침체를 세계 성장률 2%대 중반 이하로 본다면 내년도 경제 불황은 거의 확실하다.
지난 수개월 동안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갈수록 떨어져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전망보다 낮은 2.2%를 제시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이 지구촌을 휩쓴 2009년과 2020년을 제외하면 지난 3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위기 충격으로 침체에 빠져든 유럽은 차치하고 그간 잘 버텨온 미국의 성장 위축 경고음이 커졌고 중국 경기 둔화는 고착화할 조짐이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 완화는 일단 긍정적이나 자칫 글로벌 고물가를 자극할 우려도 제기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 등 미국 월가 거물들도 경기 침체 경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낙관론은 자취를 감추는 분위기다.
R의 공포는 금융시장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주 10년 만기 국채 금리보다 2년 만기 금리가 치솟아 1980년대 이후 격차가 가장 커졌고 비정상적 장·단기 금리 역전은 불황의 전조로 읽힌다. 이달 들어 국제 유가도 세계 경기 악화에 따른 수요 감축 우려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며 지난해 수준으로 떨어졌고 안전 자산 준기축통화인 엔화의 급반등도 경기 침체 신호로 꼽힌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한 65조달러에 달하는 ‘숨겨진 부채’(파생상품 등 비은행권 부채)는 국제금융 시스템의 대형 위험 요인이다. 과거 1970~1980년대 유가 파동 대응 정책의 실패를 반추해 볼 때 미국 중앙은행(Fed)은 본격적 금리 인하에 신중할 것으로 보여 고금리 기조는 상당 기간 지속될 듯하다.
한국 경제의 성장 모멘텀은 급속히 약화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1%로 떨어져 2% 수준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성장률이 OECD 회원국 평균에도 밀린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떨어졌다.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점하는 대외 수출의 급속한 둔화와 산업생산 감소로 내년 예상치도 줄줄이 낮춰지고 있다. 반도체 등 한국 주력 산업의 수출 둔화세 확산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8개월째 이어지면서 올 11월까지 무역적자는 425억달러를 넘어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당면한 경기 침체 극복은 과거 금융위기 상황과 달리 단기적 응급 처방보다 경제체질 개선과 체력 강화로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장기 침체 우려와 위기 상시화 시대에 화급한 잠재성장률 추락 반전은 민간 기업 투자와 생산성 제고에 달린 만큼 ‘구조개혁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라는 각오가 필요하다. 국내 기업투자 활성화와 해외 직접투자 유입에 부합하는 경영환경 조성을 위해 경쟁국 대비 과도한 법인세 인하와 노동·규제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통화 완화 카드를 쓰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으로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는 세계 경제의 ‘대위협 시대(The Age of Mega Threats)’가 도래했다고 경고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2023년 화두도 ‘영구적 위기(permacrisis)’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산업 대전환 시대를 맞아 정치 경제 불확실성과 불황 장기화에 대비해 국가와 기업의 생존력 강화가 관건이라는 메시지다. 당면한 복합 위기를 넘어 구조적 장기 침체 극복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핵심 정책 과제의 실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 정부의 법과 원칙에 입각한 엄정 대응과 실용적 MZ세대 조합원의 반발이 이끈 물류연대 파업 철회는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다.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윈스턴 처칠의 경구를 되새길 때다.
지난 수개월 동안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갈수록 떨어져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전망보다 낮은 2.2%를 제시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이 지구촌을 휩쓴 2009년과 2020년을 제외하면 지난 3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위기 충격으로 침체에 빠져든 유럽은 차치하고 그간 잘 버텨온 미국의 성장 위축 경고음이 커졌고 중국 경기 둔화는 고착화할 조짐이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 완화는 일단 긍정적이나 자칫 글로벌 고물가를 자극할 우려도 제기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 등 미국 월가 거물들도 경기 침체 경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낙관론은 자취를 감추는 분위기다.
R의 공포는 금융시장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주 10년 만기 국채 금리보다 2년 만기 금리가 치솟아 1980년대 이후 격차가 가장 커졌고 비정상적 장·단기 금리 역전은 불황의 전조로 읽힌다. 이달 들어 국제 유가도 세계 경기 악화에 따른 수요 감축 우려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며 지난해 수준으로 떨어졌고 안전 자산 준기축통화인 엔화의 급반등도 경기 침체 신호로 꼽힌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한 65조달러에 달하는 ‘숨겨진 부채’(파생상품 등 비은행권 부채)는 국제금융 시스템의 대형 위험 요인이다. 과거 1970~1980년대 유가 파동 대응 정책의 실패를 반추해 볼 때 미국 중앙은행(Fed)은 본격적 금리 인하에 신중할 것으로 보여 고금리 기조는 상당 기간 지속될 듯하다.
한국 경제의 성장 모멘텀은 급속히 약화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1%로 떨어져 2% 수준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성장률이 OECD 회원국 평균에도 밀린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떨어졌다.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점하는 대외 수출의 급속한 둔화와 산업생산 감소로 내년 예상치도 줄줄이 낮춰지고 있다. 반도체 등 한국 주력 산업의 수출 둔화세 확산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8개월째 이어지면서 올 11월까지 무역적자는 425억달러를 넘어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당면한 경기 침체 극복은 과거 금융위기 상황과 달리 단기적 응급 처방보다 경제체질 개선과 체력 강화로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장기 침체 우려와 위기 상시화 시대에 화급한 잠재성장률 추락 반전은 민간 기업 투자와 생산성 제고에 달린 만큼 ‘구조개혁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라는 각오가 필요하다. 국내 기업투자 활성화와 해외 직접투자 유입에 부합하는 경영환경 조성을 위해 경쟁국 대비 과도한 법인세 인하와 노동·규제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통화 완화 카드를 쓰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으로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는 세계 경제의 ‘대위협 시대(The Age of Mega Threats)’가 도래했다고 경고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2023년 화두도 ‘영구적 위기(permacrisis)’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산업 대전환 시대를 맞아 정치 경제 불확실성과 불황 장기화에 대비해 국가와 기업의 생존력 강화가 관건이라는 메시지다. 당면한 복합 위기를 넘어 구조적 장기 침체 극복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핵심 정책 과제의 실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 정부의 법과 원칙에 입각한 엄정 대응과 실용적 MZ세대 조합원의 반발이 이끈 물류연대 파업 철회는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다.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윈스턴 처칠의 경구를 되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