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까지 국내 법인세 규모 육박
김일규 산업부 기자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가 지난 10월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공장 기공식에서 한 말이다. 현대차그룹이 세금 감면 등 주정부로부터 받을 인센티브는 2조원 수준이다. 조지아주가 기업에 제공한 인센티브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러브콜’을 보낸 여러 주 가운데 현대차가 조지아주를 낙점한 배경 중 하나다.
공교롭게도 현대차의 올해 3분기까지 국내 법인세도 약 2조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늘었다. 장사를 잘한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2018년 문재인 정부가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구간을 신설하고, 법인세율을 25%로 인상하면서 세금 부담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현대차는 물론 삼성 SK LG 등 국내 대기업 상당수가 ‘미국행’을 택한 이유 중 하나가 세제 경쟁력이다. 미국 법인세는 과거 8개 과표구간에 세율이 15~39%로 복잡했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과표구간을 단일화하고 세율을 21%로 낮췄다. 여기에 주별로 세제 혜택까지 얹어주며 글로벌 공장을 빨아들였다.
미국 주별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본사를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옮겼다. 텍사스는 주(州) 법인세, 개인 소득세가 없다. 테슬라는 오스틴에 새 전기차 공장도 지었다. 미국 내 최고 수준의 주 법인세(8.84%)와 소득세(13.3%)를 물리는 캘리포니아를 떠난 결정적인 이유다.
미국뿐 아니다. 유럽에선 헝가리가 9%의 낮은 법인세율로 ‘전기차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는 헝가리에 새 공장을 짓거나 기존 공장을 확대하고 있다. 배터리업계도 마찬가지다. 삼성SDI SK온 등 한국 업체는 물론 중국 CATL 역시 헝가리에 공장을 운영 또는 증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낮추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이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삼성 SK 현대차 LG가 부자인데 왜 세금을 깎아주냐’는 논리다. 경쟁국은 한국 등 글로벌 기업이 가난해서 세금을 깎아준 것이 아니다. 세금 감면이 투자, 고용, 소비로 이어지면서 경제 선순환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도, 주지사도 아는데 거대 야당 민주당만 모르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