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국회선진화法 사망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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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국회선진화法 사망선고](https://img.hankyung.com/photo/202212/AA.32097582.1.jpg)
그러나 여야가 법안 제정에 합의한 뒤 치러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152석)을 달성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당 비주류는 반대했지만,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임을 강조해온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찬성하면서 법안은 2012년 5월 2일 국회를 통과했다. ‘동물 국회’ 오명을 벗자고 만든 선진화법은 여러 폐단을 낳았다. 소수당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면서 ‘식물 국회’라는 조롱을 받았다. 18대 국회 26.9%이던 법안 처리율은 19대 국회에선 15.0%로 뚝 떨어졌다.
물리적 폭력은 줄었지만, 언어폭력이 기승을 부렸다. 법안 하나 처리하는 게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지자 흥정도 횡행했다. 소수 야당에서조차 “차라리 동물 국회가 낫다”는 말까지 나왔으나 아무도 나서지 못했다.
21대 국회 들어선 꼼수들이 등장했다. 선진화법상 여야 이견이 큰 쟁점은 3명씩 동수로 안건조정위를 구성한 뒤 최장 90일간 숙의토록 했지만, 3분의 2(4명) 이상 찬성하면 곧바로 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게 맹점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탈당한 의원을 상임위 안건조정위에 ‘무늬만 무소속’으로 집어넣어 4 대 2 구도로 만든 뒤 언론중재법, 검수완박법, 방송법, 양곡관리법 등을 처리하는 꼼수를 부렸다. 선진화법엔 여야가 11월 30일까지 예산결산특위에서 예산안을 합의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附議)해 12월 2일까지 처리토록 했으나 지금까지 두 번만 법이 지켜졌다. 이 정도면 선진화법은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