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붉은 불꽃들
한 해 한 해
점점 더 많이
내 입으로 불어 끈다

훅!
노을을 뒤덮는 연기박쥐 떼
검은 날갯소리

해가 넘어갈수록 케이크 위의 초는 늘어납니다. 그에 반해 마음속에 피어있는 불꽃은 줄어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 때면 박쥐 떼가 노을을 뒤덮듯 마음속에도 어둠이 드리웁니다. 축하의 박수 소리조차 박쥐의 날갯소리처럼 들립니다.

어느덧 12월입니다. 올 한 해를 되돌아봅니다. 크고 작은 성취부터 최선을 다한 것, 끝내 못다 한 것. 여전히 많은 불꽃이 희미하게나마 남아있습니다.

김건홍 시인(2020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