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투자자 사이에서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면서 미국 경기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금리 인하로 돌아서는 시점은 2024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골드만삭스그룹 분석을 인용해 뮤추얼 펀드와 헤지펀드가 자산시장에서 약 4조8000억달러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경기침체를 피할 것이라는 전제로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산업, 재료, 에너지 기업에 이처럼 많은 금액을 투자했는데 세 업종 모두 경기에 민감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경기가 회복할 경우 주가가 가장 먼저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월가에서 경기 연착륙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은 최근 물가상승률이 둔화하는 움직임을 보여서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7%로 8개월 만에 8% 아래로 내려갔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CPI 상승률도 6.3%로 9월(6.6%)보다 0.3%포인트 내려갔다.

하지만 미 중앙은행(Fed)이 쉽사리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다섯 차례 금리인상 사이클 동안 최종금리가 유지된 기간은 평균 11개월이었다. 이 분석대로라면 Fed가 금리 인상 폭을 줄이더라도 몇 차례 더 소폭의 금리 인상을 한다면 일러도 2024년은 돼야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물가 상승을 자극할 요인도 잠재돼 있다. 우선 임금이 여전히 빠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달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지금 7%대이고 이에 맞춰 임금인상률도 7%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기업은 제품 가격을 올려 비용 상승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악순환을 우려한 것이다. 또 세계 공급망이 코로나19 이전으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지정학적 이슈가 남아 있는 것도 인플레이션 불안 요인이다. 크리스토퍼 스마트베어링연구소 수석글로벌전략가는 “올해 시장에선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메시지가 분명했지만 내년은 간단치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당분간 (시장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