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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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정상이 아니었다. 수요가 공급을 압도적으로 초과했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차량 생산에 한계가 있었고, 그 결과 신차를 받기 위한 긴 줄(대기 물량)이 생겼다.

다행히 최근 들어 반도체 공급 상황이 점차 나아지면서 수급이 조금씩 균형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쌓였던 대기 물량 덕분에 내년 글로벌 신차 판매량은 올해보다 다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로 신규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내수시장은 수요가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주요 수출 지역인 미국·유럽의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관측돼 수출과 생산이 소폭 줄어들 전망이다.

○내년 세계 신차 판매는 상저하고

내년 글로벌 車판매량, 올보다 다소 증가할 듯
한국자동차연구원의 ‘2023년 자동차 산업 전망’에 따르면 내년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자동차산업에 부정적 여건이 조성될 전망이다. 고가의 내구재인 자동차는 경기 민감도가 높은 상품으로 꼽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해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9%(7월 발표)에서 2.7%(10월 발표)로 0.2%포인트 하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IMF보다 낮은 2.2%를 제시했다.

글로벌 주요 분석기관은 신차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쌓여있는 대기 물량을 고려해 내년 신차 판매가 올해보다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세계 판매량은 8150만 대, 내년은 8170만~8530만 대 수준으로 예상했다. 금리 상승, 경제 침체 등으로 신규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도체 공급난 완화와 수백만 대의 대기 물량 덕에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7년 수준으로의 회복은 일러야 2025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자동차 수요는 2017년 최고점을 기록한 뒤 3년 연속 감소했다. 작년에는 전년 대비 5% 증가했지만, 공급망 불안이 지속되고 유가와 금리마저 상승하자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반도체 등 공급망 문제는 2024년께나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에는 전기차가 수요 증가세를 견인하면서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9700만 대까지 회복할 전망이다. 세계 전기차 수요는 올해 900만 대를 넘어서고 2023년 1200만 대에 이어 2025년에는 2000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美·유럽에서 한국차 수요 감소할 듯

미국과 유럽의 수요 급변 가능성에 따라 내년 국내 자동차산업의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 경제가 역성장 국면에 빠지지 않는다면 내수, 수출, 생산에서 비교적 견조한 성과를 보일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 이월주문 물량이 수십만 대에 달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세계 자동차 수요의 70%를 차지하는 유럽, 미국, 중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를 보일 경우 중산층 이하 소비자의 구매력이 급감할 수 있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평균 판매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달하는 가운데 금리까지 치솟기 때문이다. 국내외 수요 양극화에 따라 대형·고급 모델과 전기차 생산은 증가하지만 중소형 이하는 생산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는 국내 완성차 회사의 미국·유럽 시장 점유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호조를 보였다. 이에 따라 국내 생산량은 360만 대로 전년 대비 3.9% 성장할 전망이다. 내년엔 수요 감소에 따라 수출·생산도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4.2% 감소한 210만 대, 생산은 3.0% 줄어든 349만 대로 예측된다. 내수는 166만 대로 올해와 큰 차이가 없을 전망이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