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사진=뉴스1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사진=뉴스1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67)이 차명주식을 상속받았다는 이유로 상속세를 부과받은 데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 2심에서도 이겼다. 법원은 과세당국이 부과한 543억여원 중 165억여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9-1부(강문경 김승주 조찬영 부장판사)는 이 전 회장이 성북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상속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1심에 이어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세무서가 부과한 상속세와 가산세 총 543억9000여만 원 가운데 165억8000여만 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이 전 회장 측에서 취소해달라고 청구한 금액 193억8000여만 원 중 상당부분을 받아들인 것이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16년 코오롱그룹을 세무 조사한 뒤 상속세 부과 처분을 내리고 이듬해 이 전 회장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선대 회장에게서 차명주식을 상속받고도 신고하지 않는 등 900억 원대 상속 사실을 누락하고 신고했다고 판단했다.

이 전 회장의 이의 신청에 따라 재조사를 거쳐 2018년 확정된 상속세는 437억6000여만 원, 과소신고와 불성실 납부에 따른 가산세는 106억3000여만 원이었다. 이는 이 전 회장이 2015년 이미 납부한 236억6000여만 원을 포함한 액수다. 추가로 부과된 세금은 307억3000여만 원이었다.

이 전 회장은 과세에 불복했다. 그는 “차명주식은 선대 회장이 아닌 내 소유”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1·2심 모두 이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상속인(선대 회장)이 차명주식의 실제 소유자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과세 요건을 입증할 책임은 과세 당국에 있다는 법리에 따른 것이다.

다만 법원은 이 전 회장이 선대 회장에게서 미술품 취득 자금을 상속받고도 이를 신고에서 누락한 것은 사실이라고 판단해 이 부분의 과세는 유지하게 했다. 이 전 회장은 이 사건으로 검찰 수사도 받았으나 2019년 2월 상속세 포탈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주식 차명 보유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는 유죄가 인정돼 2심에서 선고받은 벌금 3억 원이 그대로 확정됐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