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더 비싸
미라티는 12일(미국 시간) 아다그라십이 KRAS G12C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2차 치료제로 FDA에서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제품명은 ‘크라자티(Krazati)’다. 크라자티는 암젠의 루마크라스에 이어 FDA 승인을 받은 두 번째 KRAS 억제제가 됐다.
FDA는 임상 1·2상 연구 결과에 근거해 크라자티를 승인했다. 112명 환자에서 객관적반응률(ORR)은 43%, 반응지속기간(DOR) 중앙값은 8.5개월이었다. ORR이란 치료받은 환자 중 일정 기준 이상 종양 크기가 줄어든 환자의 비율을 뜻한다. DOR은 약효가 유지돼 종양이 더 커지지 않는 기간을 뜻한다.
크라자티는 1일 2회 600㎎ 캡슐을 경구 복용한다. 30일치의 약가는 1만9750달러(약 2580만원)다. 경쟁약인 암젠의 루마크라스의 월 1만7900달러(약 2340만원)에 비해 좀 더 비싸다.
크라자티vs루마크라스 경쟁 막 올라
미라티가 루마크라스 대비 높은 약가를 설정한 것은 효능에 대한 자신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상 결과를 보면 크라자티가 루마크라스에 비해 여러 평가지표에서 소폭 앞서 있다. 각 약물의 2상에서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크라자티가 14.1개월, 루마크라스는 12.5개월이었다. ORR은 크라자티가 43%, 루마크라스가 36%였다(대규모 임상 3상에선 28%). DOR 중앙값은 루마크라스가 11.1개월로 8.5개월인 크라자티 대비 우위였다.투약량이 루마크라스에 비해 많은 것도 약가를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크라자티는 1일 총 1200㎎을 복용하는 데 비해 루마크라스는 1일 960㎎이면 된다. 미라티는 제약사들이 효능을 높이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약물을 많이 쓰고 있다는 FDA의 지적에 따라 1일 2회 400㎎ 용법이 가능한지도 시판 후 임상을 통해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 가능 여부가 KRAS 억제제 승자를 가리게 될 것이란 업계의 예측도 나온다. 가령 PD-1 면역관문억제제인 키트루다는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다. 키트루다와 KRAS 억제제를 병용했을 때 임상적 이득이 확실하다는 것을 입증하면, 기존에 승인받은 2차 치료제에서 KRAS 돌연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대한 1차 치료제로 격상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상황은 미라티가 소폭 앞서 있는 상황. 53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키트루다와 크라자티 병용임상(KRYSTAL-7)에서 ORR 49%을 보여 크라자티 단독(43%) 대비 개선된 데이터를 보였다. 하지만 크라자티 단독임상 결과는 면역항암제를 포함한 전신 치료를 1회 받은 환자들을 수용해 얻은 데이터이기 때문에 6%포인트의 차이가 ‘드라마틱’하지 않다는 것의 업계의 반응이었다. 병용요법 임상은 전신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일반적으로 이 경우에 더 좋은 예후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라티는 병용요법 임상 결과를 발표한 후 주가가 20%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내약성 면에서는 비교적 준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작용 때문에 크라자티 복용을 중단한 환자는 없었다.
암젠은 키트루다뿐 아니라 티쎈트릭을 포함한 다양한 면역관문억제제를 루마크라스와 함께 쓰는 병용요법을 시험했다. 그 결과 단독요법 대비 ORR이 오히려 더 떨어졌다. 단독투여 시 36%였던 ORR이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 후 29%로 하락했다. 부작용도 문제였다. 중증 부작용에 해당하는 3~4등급 간독성 부작용이 투약 환자 중 절반에게서 나타나, 루마크라스나 면역관문억제제 중 하나의 투약을 중단해야 했다.
미라티는 투약용량을 1일 2회 400㎎으로 줄여 키트루다와의 병용요법 임상 3상을 연내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