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믿어선 안 돼"…중국 클럽 무대에 전신방호복 등장
웨이보 등 중국의 소셜미디어에 전신방호복을 입고 클럽에서 춤을 추는 여성을 촬영한 영상이 13일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지난 11일 허난성 정저우의 한 클럽에서 여성 2명이 방역요원들이 입는 흰색 방호복을 착용한 채 무대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 담긴 영상으로, 클럽 관계자는 이들이 스스로 방호복을 준비해왔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혼란스러운 마당에 클럽에서 '방역요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적지 않았지만, "엄중한 상황인데 어디를 가든 안전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옹호하는 댓글도 많았다.

이 여성들의 의도가 무엇인지와는 관계없이 실질적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사회 안전망이 사라지면서 스스로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 사회상이 투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일 추가 방역 완화 조치 발표 이후 유전자증폭(PCR) 검사소들이 대거 문을 닫아 중국인들은 의심 증세가 나타나도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고, 신속항원검사 키트와 감기약 등은 수 배씩 웃돈을 줘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30대 여성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두 살 난 아이와 60대 부모님 모두 발열 증세가 있는데 키트를 구하지 못해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확인할 길도, 복용할 감기약도 없다"며 "소량만이라도 판매하라"고 간청했다.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발열 환자들로 인해 병원들은 연일 북새통을 이룬다. 주변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늘고 있는 것이 속속 목격되는데도 되레 줄었다는 당국의 발표는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의 관변 언론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전날 웨이보에 "베이징에서 코로나19 감염자들이 급증하며 최고조기에 들어섰다"는 글을 올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모임과 외출을 기피해 식당과 쇼핑몰, 헬스장, 사우나 등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소셜미디어에는 "감염자 발생 구역 봉쇄 시절보다 손님이 적다"라거나 "감염을 걱정했는데 헬스장에 와보니 나 혼자뿐"이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베이징의 한 남성은 지난 11일 웨이보에 올린 영상에서 "임신 한 달째인 아내가 자가 격리도, 휴가도 허락되지 않아 회사 주차장에 세운 차 안에서 일한다"며 "사직할 수도 없고, 감염돼서도 안 되니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로 독성이 약해져 독감 수준에 불과하다고 '여론전'을 펴는 방역 전문가들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한 누리꾼은 "세계가 위드 코로나로 가고, 중국만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던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부각하며 방역 통제를 따르라고 했다"며 "소신을 밝히지 못하고 당국의 입장만 앵무새처럼 읊는 그들은 전문가(專家)가 아니라 '벽돌(?頭)')"이라고 꼬집었다.

중국어 '전문가'와 '벽돌'의 첫 글자가 동음이의어인 '좐'인 것에 착안해 조롱한 것이다.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언론 보도에는 '누구의 말도 믿지 마라. 자신의 건강은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는 댓글이 빼곡히 달린다.

'제로 코로나'에서 충분한 대비 없이 '위드 코로나'로 급선회한 방역 당국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선양의 한 중국인은 "봉쇄는 없다던 당국의 말 만 믿었던 2천500만 명의 상하이 주민이 전격적인 봉쇄로 두 달간 고립돼 기아에 시달렸고, 지난 10월 당 대회(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제로 코로나' 방침에 변함이 없다더니 갑자기 방역을 완화해 지금의 혼란을 야기했다"며 "군사 작전하듯 방역 정책을 펼치니 불신과 불안이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3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전날 중국 본토 신규 감염자는 7천298명으로 집계돼 지난달 8일 이후 한 달여 만에 7천 명대로 떨어졌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