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명절 선물세트 판매 경향은 '양극화'로 요약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잦아들고 일상 회복에 들어간 뒤 설을 맞아 유통업계도 명절 선물세트 판매에 본격 돌입했다. 올해 설 선물세트는 아주 저렴하거나 아예 값비싼 양극화 현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설 선물세트에서도 '불황형 소비'가 뚜렷해진 영향이다. 명절 선물세트는 경기가 위축될수록 고가 제품과 실속형 상품이 동시에 인기를 끄는 게 일반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백화점들은 설 선물세트로 2만~3만원대 차·과일세트부터 130만원대 한우세트까지 가성비 높은 상품과 초고가 상품군을 동시에 강화했다.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만나지 못했던 가족과 지인들에게 고급 선물을 준비하려는 소비자들을 위한 프리미엄 제품뿐 아니라 허리띠를 졸라매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소비자들을 위한 초저가 선물세트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백화점들은 매년 프리미엄 선물 구성에 주력했지만 올해는 중저가 가성비 상품을 확대하는 동시에 전체 물량을 늘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온라인 전용 상품 물량까지 포함해 사전예약에서 지난해 설 대비 25% 늘어난 7000여개 품목을 갖췄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설보다 사전 예약 품목 수를 각각 10%, 20%씩 늘렸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한우는 5~10%, 건강식품은 30%, 와인은 최대 60%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SSG닷컴 신세계백화점몰에서 25% 할인율을 적용한 130만원대 한우 선물세트를 앞세웠지만 한편으로는 3만원대 차 기획세트 등도 판다. 와인 선물세트는 1000여 종 준비했는데, 1만~5만원대 가성비 높은 와인부터 최고가 상품인 99만 원짜리 '앙리 흐북소 샹베르땅 그랑크뤼'까지 금액을 다양하게 꾸렸다.
현대백화점은 한우 굴비 청과 건강식품 등 240여종을 최대 30%까지 할인한다. 대표적으로 '현대한우 소담 죽(竹)세트'(24만원)를 22만원에, '영광 참굴비 정세트'(18만원)를 14만원에 판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중저가 예약판매 세트 품목을 전년 대비 30% 늘렸다. 기존 매출을 끌어올리던 한우, 굴비 등은 최고급 식재료로 프리미엄 상품을 선보이되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과일, 공산품, 건강식품 등은 가성비 높은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는 고물가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서민은 가성비 좋은 상품을 찾는 반면 고소득층 위주로 여전히 '플렉스 소비'(과시형 소비)를 즐기는 수요도 있어 설 선물세트 판매도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고객들이 수십만원대 한우 정육세트를 찾거나 아니면 반대로 참치와 식용유 등 저렴한 가공식품 선물세트를 찾는 등 대조적 선택이 동시에 보인다"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