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칼럼] '좌파들의 태평성대'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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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친노조 대통령 되겠다"
약속에도 '떼법' 물리친 바이든
'평등·약자보호' 내세웠지만
소수 거대노조에 힘 몰아줘
'괴물'로 키워낸 한국의 민주당
이학영 논설고문
약속에도 '떼법' 물리친 바이든
'평등·약자보호' 내세웠지만
소수 거대노조에 힘 몰아줘
'괴물'로 키워낸 한국의 민주당
이학영 논설고문
“배신자에게 속았다.” 최근 미국 노동계에서 이런 탄식이 쏟아졌다. ‘친노조’를 공언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철도노조의 파업을 금지하는 명령을 발동해서다. 철도노조가 처우 개선폭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 돌입을 결의하자 단호하게 대응한 것이다. 의회에 신속한 관련 입법을 요구했고, 법이 통과되자마자 서명해 즉각 발효시켰다.
바이든의 이런 대응은 미국 노조원들에게 충격적이었다. 취임 당시 “역대 최고의 친노조 대통령(the most pro-union president you’ve ever seen)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을 뿐 아니라, 그의 부인인 대학교수 질 바이든이 미국에서 가장 강성인 교원노조 소속일 정도로 친노조 성향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철도노조 파업에 철퇴를 내린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전국을 운행하는 7000여 대의 화물열차가 멈출 경우 하루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의 경제손실이 발생하고, 2주일 내에 76만5000명이 애꿎게 실직하게 될 것이라는 전문기관 경고를 흘려듣지 않았다. 바이든이 무엇보다도 분개한 것은 특정 산업에서, 그것도 한 줌의 노조가 경제 전체와 공공안전을 볼모로 삼아 자기들 이익을 챙기겠다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바이든과 요즘의 민주당 지도부는 미국 역사상 ‘가장 좌파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약자를 보호한다며 실업급여 등 복지 지출을 너무 늘려 놀고먹는 실업자를 늘려놨고, 환경원리주의를 내세워 제조업 활동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이지만 ‘넘어선 안 될 선(線)’으로 지키는 게 있다. 다수 국민을 위한 국익(國益)이다. 평등의 가치를 지향한다고 해서 수많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특정 집단의 일탈을 용납하지 않는다. 자국인의 일자리를 지키고 늘리기 위해 중국 러시아 등 적성국가는 물론 유럽 및 아시아 우방국과의 마찰도 불사하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국내 일자리 최우선’ 정책을 밀어붙인다.
이 점에서 같은 당명(黨名)을 쓰는 미국과 한국의 민주당이 여러모로 비교된다. 일단 ‘평등 우선’의 가치를 추구하는 점에서 두 당은 성향이 비슷하다. 한국의 민주당도 ‘당 역사상 가장 좌파적’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지난 5월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을 내준 뒤에도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무기 삼아 ‘대기업과 부자들 세금 인하 절대반대’와 ‘복지예산 대폭 확충’ 등의 노선을 요지부동으로 고수하고 있다. 차이점은 한국의 민주당이 대형 노조 등 특정 세력에 발목 잡혀 그들의 ‘행동대’로 전락하면서 결과적으로 ‘평등’의 가치조차 내팽개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기업과 공기업 등 한국 ‘주류’ 직장의 직원들로 구성된 민주노총의 위세와 영향력이 대단하다. 막강한 조직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선거 때마다 민주당을 지원하고는 반대급부로 받아낸 입법과 제도, 정책에서의 특혜가 쌓여 이제는 누구도 건드리기 힘든 괴물로 성장했다. 노조가 아무리 파업을 벌여도 사측에 대체근로자 투입 등 대응 수단을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뿐인 상황이 된 지 오래다. 그 바람에 매년 임금·단체교섭을 벌일 때마다 노조의 비대칭적 특혜와 권력이 누적됐다. 자동차 회사가 국내에 전기차 공장을 짓겠다는데도 노조의 온갖 요구에 발목 잡혀 진도를 못 나가는 ‘해외토픽’ 코미디가 버젓이 벌어지는 나라가 된 이유다. 민노총은 좌우에 관계없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힘겨루기, 길들이기 차원의 파업 등 실력행사를 통해 입지를 더 다져왔다. 지난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파업을 벌여 ‘힘 과시’에 성공했던 화물연대를 앞세워 최근 2차 공세에 나선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그런데 ‘임자’를 만났다. 반년 전 실패를 교훈 삼아 ‘법과 원칙’으로 철통 대응한 정부에 다수여론이 지지를 보내자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선봉대로 나섰던 화물연대가 백기를 든 데 이어, 14일부터로 예고했던 민노총 차원의 ‘2차 총파업·총력투쟁’을 스스로 철회하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
당혹감에 빠진 것은 민노총만이 아니다. 그들의 뒷배를 봐주며 공생해 온 민주당 내부의 충격과 혼란이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자업자득이다. 민노총이 거대권력화하며 밥그릇을 더 키울 때마다 상처 입고 피 흘린 것은 그들에게서 소외된 노동약자를 비롯한 다수 국민이었다.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한 ‘진보’ 인사들이 이제라도 화두(話頭)로 곱씹어야 할 것이다.
바이든의 이런 대응은 미국 노조원들에게 충격적이었다. 취임 당시 “역대 최고의 친노조 대통령(the most pro-union president you’ve ever seen)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을 뿐 아니라, 그의 부인인 대학교수 질 바이든이 미국에서 가장 강성인 교원노조 소속일 정도로 친노조 성향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철도노조 파업에 철퇴를 내린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전국을 운행하는 7000여 대의 화물열차가 멈출 경우 하루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의 경제손실이 발생하고, 2주일 내에 76만5000명이 애꿎게 실직하게 될 것이라는 전문기관 경고를 흘려듣지 않았다. 바이든이 무엇보다도 분개한 것은 특정 산업에서, 그것도 한 줌의 노조가 경제 전체와 공공안전을 볼모로 삼아 자기들 이익을 챙기겠다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바이든과 요즘의 민주당 지도부는 미국 역사상 ‘가장 좌파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약자를 보호한다며 실업급여 등 복지 지출을 너무 늘려 놀고먹는 실업자를 늘려놨고, 환경원리주의를 내세워 제조업 활동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이지만 ‘넘어선 안 될 선(線)’으로 지키는 게 있다. 다수 국민을 위한 국익(國益)이다. 평등의 가치를 지향한다고 해서 수많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특정 집단의 일탈을 용납하지 않는다. 자국인의 일자리를 지키고 늘리기 위해 중국 러시아 등 적성국가는 물론 유럽 및 아시아 우방국과의 마찰도 불사하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국내 일자리 최우선’ 정책을 밀어붙인다.
이 점에서 같은 당명(黨名)을 쓰는 미국과 한국의 민주당이 여러모로 비교된다. 일단 ‘평등 우선’의 가치를 추구하는 점에서 두 당은 성향이 비슷하다. 한국의 민주당도 ‘당 역사상 가장 좌파적’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지난 5월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을 내준 뒤에도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무기 삼아 ‘대기업과 부자들 세금 인하 절대반대’와 ‘복지예산 대폭 확충’ 등의 노선을 요지부동으로 고수하고 있다. 차이점은 한국의 민주당이 대형 노조 등 특정 세력에 발목 잡혀 그들의 ‘행동대’로 전락하면서 결과적으로 ‘평등’의 가치조차 내팽개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기업과 공기업 등 한국 ‘주류’ 직장의 직원들로 구성된 민주노총의 위세와 영향력이 대단하다. 막강한 조직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선거 때마다 민주당을 지원하고는 반대급부로 받아낸 입법과 제도, 정책에서의 특혜가 쌓여 이제는 누구도 건드리기 힘든 괴물로 성장했다. 노조가 아무리 파업을 벌여도 사측에 대체근로자 투입 등 대응 수단을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뿐인 상황이 된 지 오래다. 그 바람에 매년 임금·단체교섭을 벌일 때마다 노조의 비대칭적 특혜와 권력이 누적됐다. 자동차 회사가 국내에 전기차 공장을 짓겠다는데도 노조의 온갖 요구에 발목 잡혀 진도를 못 나가는 ‘해외토픽’ 코미디가 버젓이 벌어지는 나라가 된 이유다. 민노총은 좌우에 관계없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힘겨루기, 길들이기 차원의 파업 등 실력행사를 통해 입지를 더 다져왔다. 지난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파업을 벌여 ‘힘 과시’에 성공했던 화물연대를 앞세워 최근 2차 공세에 나선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그런데 ‘임자’를 만났다. 반년 전 실패를 교훈 삼아 ‘법과 원칙’으로 철통 대응한 정부에 다수여론이 지지를 보내자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선봉대로 나섰던 화물연대가 백기를 든 데 이어, 14일부터로 예고했던 민노총 차원의 ‘2차 총파업·총력투쟁’을 스스로 철회하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
당혹감에 빠진 것은 민노총만이 아니다. 그들의 뒷배를 봐주며 공생해 온 민주당 내부의 충격과 혼란이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자업자득이다. 민노총이 거대권력화하며 밥그릇을 더 키울 때마다 상처 입고 피 흘린 것은 그들에게서 소외된 노동약자를 비롯한 다수 국민이었다.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한 ‘진보’ 인사들이 이제라도 화두(話頭)로 곱씹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