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영 작가 "그림 통해 '더불어 사는 삶' 전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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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아트어워즈' 대상 받은
청각장애 양진영 작가
청각장애 양진영 작가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은 외로움과 상처가 반드시 따르죠. 하지만 제가 장애인이라는 고통을 이겨내고 삶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그림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전하고 싶어요.”
지난달 중외학술재단의 ‘2022 JW 아트 어워즈’ 대상을 수상한 청각장애인 양진영 작가(18·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간의 고통스러운 삶을 상처받은 동물에 빗대 그린 작품 ‘기묘한 짐승들의 삶’으로 대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나름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흑사병으로 고통받는 코끼리, 왕자병에 걸려 오만하게 행동하는 기린, 식물로 변해버린 사자….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작품 한가운데 있는 호랑이다. 강렬한 주황빛으로 그린 호랑이는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은 존재를 뜻한다. 양 작가는 “호랑이는 보통 인간에게 위협적인 동물로 여겨지지만, 이번 작품에선 거꾸로 사람들의 사냥으로 인해 상처받는 존재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JW 아트 어워즈 심사위원들은 그의 그림을 두고 “두꺼운 물감 표현과 다채로운 색감이 눈에 띈다” “동물을 통해 인간의 고독을 표현한 게 독특하다” 등으로 평가했다.
동물이 겪고 있는 고통을 그리며 양 작가가 표현하고 싶었던 건 고뇌로 가득 찬 인간의 삶이다. 그 자신도 그랬다. 생후 15개월 때 장애 진단을 받은 양 작가는 처음엔 일반 초등학교에 다녔다. 하지만 청각장애가 있다 보니 생활이 쉽지 않았다. 의사소통이 어려워 친구들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특수학교인 에바다학교로 옮긴 뒤에도 지적장애가 있는 친구들과 생활하면서 어려움을 느꼈다.
그 속에서 위로가 된 건 미술이었다. 에바다학교에 진학한 뒤 양 작가는 방과후 활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하루 2~6시간은 꾸준히 그리고, 하루 종일 그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적으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는데도 양 작가는 두각을 나타냈다.
그에게 미술은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기법을 고안해내고,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색깔을 시도해보면서 점차 자신의 세계를 넓혀나갔다. “붓으로만 그리는 그림은 평범해요. 때로는 주사기를 사용해 질감을 표현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예 채색을 하지 않고 털실을 붙이기도 했죠.”
양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모든 걸 쏟아붓는다고 했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땐 바닥에 눕고 싶을 만큼 힘이 든다”며 “그래도 힘든 시간을 견디고 멋진 작품을 완성했을 때, 이번처럼 큰 상을 받고 인정받을 때는 정말 뿌듯하다”고 했다.
그에게 그림은 무슨 의미일까. “그림을 그리면서 다른 사람들의 인생이나 동물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돼요. 관객들도 제 그림을 보면서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지난달 중외학술재단의 ‘2022 JW 아트 어워즈’ 대상을 수상한 청각장애인 양진영 작가(18·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간의 고통스러운 삶을 상처받은 동물에 빗대 그린 작품 ‘기묘한 짐승들의 삶’으로 대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나름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흑사병으로 고통받는 코끼리, 왕자병에 걸려 오만하게 행동하는 기린, 식물로 변해버린 사자….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작품 한가운데 있는 호랑이다. 강렬한 주황빛으로 그린 호랑이는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은 존재를 뜻한다. 양 작가는 “호랑이는 보통 인간에게 위협적인 동물로 여겨지지만, 이번 작품에선 거꾸로 사람들의 사냥으로 인해 상처받는 존재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JW 아트 어워즈 심사위원들은 그의 그림을 두고 “두꺼운 물감 표현과 다채로운 색감이 눈에 띈다” “동물을 통해 인간의 고독을 표현한 게 독특하다” 등으로 평가했다.
동물이 겪고 있는 고통을 그리며 양 작가가 표현하고 싶었던 건 고뇌로 가득 찬 인간의 삶이다. 그 자신도 그랬다. 생후 15개월 때 장애 진단을 받은 양 작가는 처음엔 일반 초등학교에 다녔다. 하지만 청각장애가 있다 보니 생활이 쉽지 않았다. 의사소통이 어려워 친구들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특수학교인 에바다학교로 옮긴 뒤에도 지적장애가 있는 친구들과 생활하면서 어려움을 느꼈다.
그 속에서 위로가 된 건 미술이었다. 에바다학교에 진학한 뒤 양 작가는 방과후 활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하루 2~6시간은 꾸준히 그리고, 하루 종일 그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적으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는데도 양 작가는 두각을 나타냈다.
그에게 미술은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기법을 고안해내고,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색깔을 시도해보면서 점차 자신의 세계를 넓혀나갔다. “붓으로만 그리는 그림은 평범해요. 때로는 주사기를 사용해 질감을 표현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예 채색을 하지 않고 털실을 붙이기도 했죠.”
양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모든 걸 쏟아붓는다고 했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땐 바닥에 눕고 싶을 만큼 힘이 든다”며 “그래도 힘든 시간을 견디고 멋진 작품을 완성했을 때, 이번처럼 큰 상을 받고 인정받을 때는 정말 뿌듯하다”고 했다.
그에게 그림은 무슨 의미일까. “그림을 그리면서 다른 사람들의 인생이나 동물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돼요. 관객들도 제 그림을 보면서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