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한 병 시키려면 파스타 5인분 주문?…홈술족 울리는 '酒배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홈파티 발목 잡는 주류 배달 규제
국세청 "음식점서 주문 때 술값이
50% 이하여야만 배달할 수 있어"
중국집서 3만원 고량주 시킬 때
음식값도 3만원 넘겨야 하는 셈
주류 온라인 판매 무차별 제한
OECD 회원국 중 한국·폴란드뿐
외식업계 "배달 규제 풀면 안 돼
국민 건강 해롭고 식당 매출 뚝"
국세청 "음식점서 주문 때 술값이
50% 이하여야만 배달할 수 있어"
중국집서 3만원 고량주 시킬 때
음식값도 3만원 넘겨야 하는 셈
주류 온라인 판매 무차별 제한
OECD 회원국 중 한국·폴란드뿐
외식업계 "배달 규제 풀면 안 돼
국민 건강 해롭고 식당 매출 뚝"

미리 와인을 준비하지 않았던 임씨는 부랴부랴 메뉴를 바꿔 가까스로 파티를 마쳤다. 하지만 지금도 왜 배달이 안 된 건지 의아해하고 있다.
주류 다변화 가로막는 규제

이렇게 된 건 국세청이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를 2020년 수정하면서부터다. 종전에는 ‘음식과 함께 배달되는 주류는 통신판매가 가능하다’는 내용만 고시에 담았다. 그랬다가 “배달이 가능한 술의 범위를 명확히 해달라”는 의견이 관련 업계에서 나오자 ‘1회 총 주문 금액 중 주류 판매 금액이 50% 이하인 주류만 통신판매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더했다.
이에 대해 주류업계에선 “주류 문화의 다양화와 개선이 가로막히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치킨, 피자, 중국 음식 등 배달로 주로 시키는 음식들의 단가가 2만~3만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음식점에서 4000~5000원에 판매하는 맥주, 소주 등을 주문할 때는 큰 불편이 없다.
글로벌 스탠더드 vs 국민 건강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초 이런 내용에 문제의식을 갖고 이해당사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측은 “다양한 소비 패턴을 고려해 가격이 아니라 용량을 기준으로 배달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주류수입협회는 아예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가격제한 폐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현행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국외식업중앙회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50% 상한선을 폐지하면 음식점을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 주류와 음식을 즐기는 경우가 많아져 외식업계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청소년 주류 구매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과 국민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도 규제 유지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한국은 주류의 통신판매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전통주만 예외적으로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유통·외식사들의 ‘스마트오더’를 통해 주류를 앱으로 구매할 수 있지만, 매장을 직접 방문해 수령해야 한다.
반면 해외에선 메이저 주종의 통신판매를 대부분 허용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미국에선 유타, 미시시피 등 3개 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와인의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20개 주에선 와인 외 기타 주류에 대해서도 통신판매를 허용한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