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가 부실기업 퇴출 머뭇거리자…"먹잇감 늘었다" 남몰래 웃는 검은 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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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부실만으로 퇴출 결정 않고
계속성 고려하는 실질 심사 강화
"무늬만 심사…상폐 거의 없어"
세력의 타깃인 한계기업 늘면
건전성 훼손으로 더 큰 피해
계속성 고려하는 실질 심사 강화
"무늬만 심사…상폐 거의 없어"
세력의 타깃인 한계기업 늘면
건전성 훼손으로 더 큰 피해
▶마켓인사이트 12월 13일 오후 5시17분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17개사가 상장폐지 위기를 넘겼다. 신라젠 코오롱티슈진 등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끝에 살아 돌아온 것이다. 반면 실질심사를 통해 올해 퇴출당한 기업은 5곳밖에 없었다. 지난해 6곳보다 1곳 줄어들었다.
내년에는 퇴출 기업이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퇴출 요건이 한층 더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달부터 상폐 요건을 완화했다. 재무제표를 기초로 하던 이른바 ‘형식적 상폐’ 요건을 낮춘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과거와 달리 2년 연속 매출 30억원 미만인 코스닥기업은 바로 퇴출당하지 않는다.
질적 요건을 따지는 상폐 실질심사 대상이 될 뿐이다. 게다가 5년 연속 영업손실 요건 등도 상폐 요건에서 사라졌다. 과거에는 5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면 실질심사를 받아 퇴출 위기에 놓였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내놓은 코스닥 상폐 완화 공약을 한국거래소가 실행에 옮긴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상폐 요건은 한국거래소가 2018년 코스닥시장본부에서 코스닥시장위원회를 분리한 이후 그 이듬해인 2019년에도 이미 한 차례 완화됐다.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기업도 곧장 상폐시키지 않고 다음연도 감사의견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감사의견 관련 개선 기간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났다.
이런 제도 변경으로 형식적 상폐 요건에 따른 퇴출 제도는 점점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반면 상폐 실질심사 제도의 중요성은 커지는 추세다. 하지만 실제 퇴출 기업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고려하면 실질심사 제도가 실효성이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날 현재 상폐 사유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된 코스닥 기업은 총 44곳에 달한다. 이 중 실질심사 대상은 26곳이다.
거래소의 ‘상폐 칼날’이 무뎌지면서 웃고 있는 이들이 있다. 전환사채(CB)를 활용하는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이다. 무자본 M&A 자금을 댄 CB 투자자에게 가장 큰 리스크는 투자 대상 기업이 퇴출당하는 것이다. M&A 인수 자금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IB 담당 관계자는 “가장 큰 위험인 상장사 퇴출 가능성이 확 줄어든 만큼 머니게임의 성공 확률은 그만큼 높아졌다”며 “거래소의 상폐 정책 완화는 머니게임 세력에는 대형 호재”라고 말했다.
이달부터 5년 연속 영업손실이 상폐 요건에서 제외되면서 ‘좀비 기업’들의 몸값이 급등하는 ‘이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연말이면 연속 적자 기업이 M&A 시장에 매물로 쏟아지는 사례가 많았지만 올해는 정반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M&A 전문가는 “무자본 M&A에 돈을 대겠다는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퇴출 위험마저 해소되자 한계기업들의 몸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르고 있다”고 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건전성 제고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을 수 있도록 상폐 제도를 잘 운용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17개사가 상장폐지 위기를 넘겼다. 신라젠 코오롱티슈진 등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끝에 살아 돌아온 것이다. 반면 실질심사를 통해 올해 퇴출당한 기업은 5곳밖에 없었다. 지난해 6곳보다 1곳 줄어들었다.
내년에는 퇴출 기업이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퇴출 요건이 한층 더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달부터 상폐 요건을 완화했다. 재무제표를 기초로 하던 이른바 ‘형식적 상폐’ 요건을 낮춘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과거와 달리 2년 연속 매출 30억원 미만인 코스닥기업은 바로 퇴출당하지 않는다.
질적 요건을 따지는 상폐 실질심사 대상이 될 뿐이다. 게다가 5년 연속 영업손실 요건 등도 상폐 요건에서 사라졌다. 과거에는 5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면 실질심사를 받아 퇴출 위기에 놓였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내놓은 코스닥 상폐 완화 공약을 한국거래소가 실행에 옮긴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상폐 요건은 한국거래소가 2018년 코스닥시장본부에서 코스닥시장위원회를 분리한 이후 그 이듬해인 2019년에도 이미 한 차례 완화됐다.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기업도 곧장 상폐시키지 않고 다음연도 감사의견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감사의견 관련 개선 기간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났다.
이런 제도 변경으로 형식적 상폐 요건에 따른 퇴출 제도는 점점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반면 상폐 실질심사 제도의 중요성은 커지는 추세다. 하지만 실제 퇴출 기업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고려하면 실질심사 제도가 실효성이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날 현재 상폐 사유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된 코스닥 기업은 총 44곳에 달한다. 이 중 실질심사 대상은 26곳이다.
거래소의 ‘상폐 칼날’이 무뎌지면서 웃고 있는 이들이 있다. 전환사채(CB)를 활용하는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이다. 무자본 M&A 자금을 댄 CB 투자자에게 가장 큰 리스크는 투자 대상 기업이 퇴출당하는 것이다. M&A 인수 자금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IB 담당 관계자는 “가장 큰 위험인 상장사 퇴출 가능성이 확 줄어든 만큼 머니게임의 성공 확률은 그만큼 높아졌다”며 “거래소의 상폐 정책 완화는 머니게임 세력에는 대형 호재”라고 말했다.
이달부터 5년 연속 영업손실이 상폐 요건에서 제외되면서 ‘좀비 기업’들의 몸값이 급등하는 ‘이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연말이면 연속 적자 기업이 M&A 시장에 매물로 쏟아지는 사례가 많았지만 올해는 정반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M&A 전문가는 “무자본 M&A에 돈을 대겠다는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퇴출 위험마저 해소되자 한계기업들의 몸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르고 있다”고 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건전성 제고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을 수 있도록 상폐 제도를 잘 운용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