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는 盧 철학 아니다?…실제 발언 따져보니 [오형주의 정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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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2003년 법인세 인하 논란에
“다른 국가와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1%p라도 유리하게 해 줄 수 밖에”
처음엔 인하에 부정적이었지만
점차 긍정론으로 바뀌어
여야 합의로 법인세 2%p 인하안 통과
19년 뒤 여야 ‘법인세 전쟁’으로 재조명
주호영 “노무현도 법인세 낮춰”
박홍근 “노무현 철학 아냐”
2003년 법인세 인하 논란에
“다른 국가와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1%p라도 유리하게 해 줄 수 밖에”
처음엔 인하에 부정적이었지만
점차 긍정론으로 바뀌어
여야 합의로 법인세 2%p 인하안 통과
19년 뒤 여야 ‘법인세 전쟁’으로 재조명
주호영 “노무현도 법인세 낮춰”
박홍근 “노무현 철학 아냐”
“전 세계에서 기업하는 사람들이 활동무대를 어디로 할 것인지 결정할 때 법인세를 고려한다면 정부는 승복하지 않을 수 없다”(2003년 7월 30일)
“법인세 문제는 ‘지켜야 하는 성역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2003년 6월 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였던 2003년 법인세 인하 문제와 관련해 이 같은 발언을 남겼다.
당시는 재정경제부와 한나라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법인세 인하 주장이 나오면서 법인세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던 시기였다.
김진표 전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현 국회의장)은 그해 3월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인세 감면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얻어지는 세원만큼 법인세율을 낮추겠다”며 “앞으로 5년 이내에 적어도 동남아 경쟁국들보다 법인세율 부담이 조금이라도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만들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의 법인세 인하 발언이 논란이 되자 노 전 대통령은 다음날 청와대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법인세 인하 문제는 재경부의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며 “법인세 인하는 전체적인 재정구조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당시 언론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조세 형평을 강조한 반면, 김 전 부총리는 법인세 인하를 통한 경기 활성화에 무게를 두면서 충돌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점차 법인세 인하에 긍정적인 쪽으로 변화했다. 노 전 대통령은 같은 해 6월 2일 ‘참여정부 출범 100일’ 기자회견서 “법인세 문제는 제가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경제정책협의회서도 토론하고 보고받아 볼 것”이라며 “이건 지켜야 하는 성역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7월 30일 제1회 대통령 과학장학생 장학증서 수여식에서는 법인세 인하가 불가피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기업하는 사람들이 활동무대를 어디로 할 것인지 결정할 때 법인세를 고려한다면 정부는 승복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해외투자가들이 법인세 이외의 다른 이점 때문에 한국을 (투자)근거지로 결정한다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법인세 때문이라면 유리하게 해 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다른 국가 지역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마당이라면 1%포인트라도 유리하게 해 줄 수 밖에 없다”며 “다만 반대하는 사람들은 법인세 인하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실제 법인세 인하가 투자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 발언에 대해 권오규 당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은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일반적 언급인 것 같다”면서도 “다만 3월 부총리의 법인세 인하 발언에 대해 말씀했을 때보다 전체적인 뉘앙스에서 누그러진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부는 같은 해 8월 28일 내놓은 세제 개편안에서 법인세 인하방안은 뺐다. 당시 재경부는 “세수감소를 크게 초래하는 세법개정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표 전 부총리도 “세수 형편을 고려할 때 금년에 법인세율을 인하해 내년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이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위는 여야 논의를 거쳐 11월 20일 법인세율을 2%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확정했다. 12월 30일에는 법인세 인하안을 담은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법인세 인하 논란이 19년 만에 재조명된 것은 여야가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과거 정부의 법인세 인하를 놓고 ‘정체성 논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 슈퍼 대기업의 감세를 양보할 수 없다고 당 정체성과 이념을 규정하고 나니 한 발짝도 못 나간다”며 “당 정체성 문제라면 민주당 대표실에 사진이 걸려 있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법인세를 1~2%포인트 낮췄던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여당에서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하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당시 한나라당 등에서 훨씬 더 많은 법인세를 깎자고 해서 정부로서는 예산 처리를 위해 부득이 1%든 2% 선에서 타협해 온 것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철학이 법인세 감면이라고 주장하는 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법인세 문제는 ‘지켜야 하는 성역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2003년 6월 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였던 2003년 법인세 인하 문제와 관련해 이 같은 발언을 남겼다.
당시는 재정경제부와 한나라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법인세 인하 주장이 나오면서 법인세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던 시기였다.
김진표 전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현 국회의장)은 그해 3월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인세 감면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얻어지는 세원만큼 법인세율을 낮추겠다”며 “앞으로 5년 이내에 적어도 동남아 경쟁국들보다 법인세율 부담이 조금이라도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만들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의 법인세 인하 발언이 논란이 되자 노 전 대통령은 다음날 청와대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법인세 인하 문제는 재경부의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며 “법인세 인하는 전체적인 재정구조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당시 언론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조세 형평을 강조한 반면, 김 전 부총리는 법인세 인하를 통한 경기 활성화에 무게를 두면서 충돌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점차 법인세 인하에 긍정적인 쪽으로 변화했다. 노 전 대통령은 같은 해 6월 2일 ‘참여정부 출범 100일’ 기자회견서 “법인세 문제는 제가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경제정책협의회서도 토론하고 보고받아 볼 것”이라며 “이건 지켜야 하는 성역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7월 30일 제1회 대통령 과학장학생 장학증서 수여식에서는 법인세 인하가 불가피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기업하는 사람들이 활동무대를 어디로 할 것인지 결정할 때 법인세를 고려한다면 정부는 승복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해외투자가들이 법인세 이외의 다른 이점 때문에 한국을 (투자)근거지로 결정한다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법인세 때문이라면 유리하게 해 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다른 국가 지역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마당이라면 1%포인트라도 유리하게 해 줄 수 밖에 없다”며 “다만 반대하는 사람들은 법인세 인하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실제 법인세 인하가 투자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 발언에 대해 권오규 당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은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일반적 언급인 것 같다”면서도 “다만 3월 부총리의 법인세 인하 발언에 대해 말씀했을 때보다 전체적인 뉘앙스에서 누그러진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부는 같은 해 8월 28일 내놓은 세제 개편안에서 법인세 인하방안은 뺐다. 당시 재경부는 “세수감소를 크게 초래하는 세법개정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표 전 부총리도 “세수 형편을 고려할 때 금년에 법인세율을 인하해 내년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이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위는 여야 논의를 거쳐 11월 20일 법인세율을 2%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확정했다. 12월 30일에는 법인세 인하안을 담은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법인세 인하 논란이 19년 만에 재조명된 것은 여야가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과거 정부의 법인세 인하를 놓고 ‘정체성 논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 슈퍼 대기업의 감세를 양보할 수 없다고 당 정체성과 이념을 규정하고 나니 한 발짝도 못 나간다”며 “당 정체성 문제라면 민주당 대표실에 사진이 걸려 있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법인세를 1~2%포인트 낮췄던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여당에서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하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당시 한나라당 등에서 훨씬 더 많은 법인세를 깎자고 해서 정부로서는 예산 처리를 위해 부득이 1%든 2% 선에서 타협해 온 것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철학이 법인세 감면이라고 주장하는 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