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사진=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삼성전자가 연매출 300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창립 이래 최대 매출이지만 축포를 준비하기는커녕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중고'에 반도체 업황 악화, 스마트폰 판매 부진까지 겹쳤다. 당장 4분기 실적도 위태롭다. 지난해 4분기 13조원을 넘어섰던 영업이익이 7조원대로 고꾸라질 전망이다. 6조원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10곳이 최근 1개월간 추정한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83% 급감한 7조9269억원(평균치)으로 나타났다.

최근 3개월래 예상치는 8조원을 소폭 웃돌았지만, 분기 마감이 다가올수록 전망치가 더 줄었다.

6조원대를 점치는 곳도 있다. DB금융투자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익이 6조9420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4분기(13조8667억원)에서 반토막난 수치다. 앞선 10월 말 대신증권도 6조원대 전망치를 써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소비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삼성전자의 주력인 가전·반도체 사업이 예상보다 더 큰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

DB금융투자는 "4분기 부진한 업황에도 메모리 출하는 3분기 기저효과로 기대치에 부합했지만, 가격은 예상보다 급락하며 반도체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며 "스마트폰 판매는 중저가 중심의 판매 둔화로 전 분기 대비 감소가 불가피해 보이고 급격한 원·달러 환율 하락도 전반적인 수익성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익이 6조원대로 떨어진다면 2020년 1분기(6조4473억원) 이후 11개 분기 만이다.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지면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된 탓에 영업익이 쪼그라들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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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매출은 300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231조7667억원으로 4분기 추정 매출액(76조원)을 더하면 300조원을 충분히 상회한다. 삼성전자 창립 이래 최대 성적이자 국내 기업사에도 처음 있는 일이다.

사상 최대 경사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시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4분기 부진한 실적을 예상하는 증권사 보고서가 연이어 나오면서 주가도 최근 6만원선이 무너졌다.

삼성전자는 축배를 준비하는 대신 허리띠를 졸라맸다. 연말 정기 인사로 조직을 재정비한 직후 비상경영 체제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여기에는 '종전과 같아서는 경기 불황을 돌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해 실적으로 연매출 300조원 시대를 열지만 내년 매출액은 300조원 달성이 불안하다"며 "반도체 업황이나 소비 심리 등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변수가 워낙 크다. 비상경영 체제가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증권업계가 최근 1개월래 추정한 삼성전자의 내년 매출액은 301조1248억원, 영업익은 32조1523억원으로 올해 전망치보다 각각 2%와 31% 감소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