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생존 고교생, 심리상담 받던 중 세상 떠나
"SNS 하며 밝게 살려고 노력했는데"…친구들 눈물
친구 잃고 홀로 살아남아…끝내 극복 못한 트라우마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고등학생이 사고 이후 심리치료를 정기적으로 받으면서도 트라우마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14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숨진 채로 발견된 고등학생 A군은 이태원 참사 이후 교내 심리상담과 함께 매주 두 차례 정신과 상담치료를 받아왔다.

A군은 이태원에 함께 간 친구 2명을 사고 현장에서 떠나보냈다.

자신도 심한 부상을 당해 입원 치료를 받은 뒤 일상에 조금씩 복귀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빈소에서 만난 A군 작은아버지는 "참사 당시에는 살았지만, 이후 지켜주지 못했다는 가족의 자책감이 가장 큰 상황"이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오늘이 그동안 받은 심리치료의 종합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다고 한다"며 "상담사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했고, 실제로 충격에서 점점 회복해가는 모습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에 따르면 A군은 현장에서 의식을 잃었다가 누군가 얼굴에 물을 뿌려줘 정신을 차렸다.

혈액 등 검사 결과를 보면 위독한 상태까지 갔지만 치료를 받고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A군은 평소 밝은 성격으로 주변을 잘 챙겨 인기가 많았다고 지인들이 전했다.

교복을 입고 조문한 한 중학생은 "평소 친하게 지내면서 축하나 위로할 일을 챙겨주던 오빠였다"며 "친구들을 잃은 뒤에도 자기 모습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면서 밝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며 눈물을 훔쳤다.

마지막으로 올라온 A군의 인스타그램 게시글에는 지인들의 추모글이 달렸다.

A군은 12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마포구 한 숙박업소에서 어머니의 실종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숨진 채로 발견됐다.

A군은 당일 오후 7시께 홀로 투숙해 화장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족 의사에 따라 부검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심리치료를 지원하는 학생은 이날 현재 5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