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모두의 드리블’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하나금융  제공
어린이들이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모두의 드리블’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하나금융 제공
“공이 갈 수 있는 길이라면 휠체어도 갈 수 있지 않을까.”

소년이 축구공을 몰고 이동한다. 조건은 공을 띄우지 않는 것. 몇 분간의 드리블 끝에 경기장 한쪽에 마련된 골대에 공을 넣는다. 소년이 공을 굴려 이동한 장애물이 없는(배리어 프리) 경로는 지도로 제작돼 휠체어를 탄 사람이 경기장을 방문했을 때 사용할 길잡이가 된다.

지난해 11월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모두의 드리블’ 캠페인의 내용이다. 이 장면을 담은 광고 영상엔 ‘친구가 휠체어를 이용하는데 (그동안) 차마 경기장 같이 가자는 말이 잘 안 나왔거든요. 다음엔 같이 가야겠어요’ ‘축구는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K리그 팬들의 감동적인 댓글이 달렸다.

장애인과 노인, 유아 및 유아 동반자는 ‘이동 약자’로 불린다. 이들은 축구 경기장 같은 대형 시설물을 방문하려면 큰 맘을 먹어야 한다. 용기를 내 경기장에 방문해도 난관이 적지 않다. 예기치 못하게 유모차로는 오르기 힘든 계단, 휠체어가 덜컹거리는 문턱을 만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법적 의무 기준만 맞춰 놓고 휠체어 경사로와 리프트 등 전용 설비를 구석에 몰아넣은 시설도 종종 있다.

하나금융그룹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K리그와 손잡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에 나섰다. 하나금융 계열 하나은행은 한국프로축구리그(K리그)의 오랜 후원사. 이동 약자들도 자유롭게 축구 경기장에 방문하고,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모두의 축구장, 모두의 K리그’ 캠페인을 벌였다.

경기장 주변 대중교통 역사부터 경기장 진입로, 경기장 내 장애인석까지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을 점검했다. 대중교통 역부터 경기장 장애인석까지 소요 시간과 이동 시 유의 사항, 장애인 주차구역 수와 위치, 경기장 내 장애인 화장실, 엘리베이터의 개수도 기록했다. 어떤 매점이 휠체어를 타고 방문하기 편한지 등의 ‘꿀팁’도 빼놓지 않았다.

이렇게 수집한 내용으로 경기장별 ‘무장애지도’를 제작했다. 교통 약자도 큰 어려움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추천 동선을 담은 직관적인 평면도와 경기장 얼개를 알 수 있는 입체도면을 함께 담았다. 경기장이 있는 지역 주변 장애인 센터 등에 종이 지도를 배포했고, K리그 홈페이지 및 각 구단 사이트에도 지도를 올렸다. 2020년부터 K리그 경기장 13곳의 무장애지도를 만들었고, 연말까지 경기장 5곳의 지도를 추가로 제작하기로 했다.

K리그가 열리는 여러 경기장에서 ‘모두의 드리블’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이동 약자의 불편함을 체험한 시민은 이들의 이동 편의를 높여야 한다는 데 크게 공감했다. 하나금융은 최근 모두의 드리블 캠페인을 담은 영상으로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클리오 스포츠 어워즈 2022’에서 금상(스포츠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하나금융,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함께 앞으로도 스포츠로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키는 활동을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 협찬 : 사랑의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