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디자인] 모던 디자인 새 지평 연 바우하우스 전시회
1923년 여름, 독일 중부의 소도시 바이마르에선 세계 디자인사에 남을 만한 기념비적 전시회가 열렸다. 디자인 전공생들이 만든 직물·장난감·가구·건축물 등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졸업도 안 한 학생들이 여는 전시인 데다 미완성 작품도 많았지만 전시회는 1만5000여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대성공을 거뒀다.

‘근현대 건축·디자인의 요람’ 바우하우스의 전시회다. 1919년 독일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세운 바우하우스는 처음엔 공예 장인을 육성하기 위한 학교로 출발했다. 이후 교사로 임명된 모더니즘 예술가들은 점차 ‘산업과 예술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1923년 전시회는 바우하우스가 ‘예술과 기술의 조화’를 공식 선언한 자리였다.

전시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다. 바우하우스 교사였던 요스트 슈미트(1893~1948)는 간결한 선과 면으로 포스터를 제작했다. 기본적인 조형 요소들과 타이포그래피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이 포스터처럼 바우하우스는 예술성과 실용성을 모두 아우르는 모던 디자인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