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성장 외치지만…개혁엔 소극적인 선진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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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2027년 경제성장률 0% 수렴
"경제 성장 대신 복지 확대에 주력한 결과"
고령화로 성장 촉진 정책 축소
"경제 성장 대신 복지 확대에 주력한 결과"
고령화로 성장 촉진 정책 축소
지난 40여년간 선진국들의 경제성장률이 지속해서 떨어졌지만 구조 개혁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 정책 확대에 주력해 경제 성장이란 의제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저성장은 선진국들의 고질적인 문제가 됐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에도 선진국의 GDP 증가율은 약 2% 미만으로 집계됐다. 영국의 경우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GDP 증가율이 연평균 1%를 밑돌았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GDP가 세계 중윗값 이상인 국가의 1인당 GDP 증가율은 2027년까지 연평균 1.5%에 달할 전망이다. 캐나다, 스위스 등 선진국들은 0%로 수렴할 거란 지적도 나온다.
20세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세계 경제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전쟁이 끝난 뒤 온전하게 고등 교육받은 첫 세대였다. 숙련 노동자가 끝없이 배출됐고 여권(女權) 신장으로 인해 여성 노동력도 증대됐다. 세계화가 가속하며 무역량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경제 성장으로 인해 삶의 질이 개선됐다. 미국에선 1950년대 수세식 변기를 보유한 가구의 비중은 60%에 불과했다. 지속적인 기술 발전으로 집마다 수세식 변기가 설치됐고 2000년대에 들어선 한 가구당 보유한 자동차 수가 평균 2대에 달하게 됐다. 인터넷 보급률과 대학 진학률도 50여년 동안 급증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에 대한 관심은 줄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의 부가 극적으로 증대되면서 국민들의 대다수가 서비스업에 지출을 늘리기 시작했다"며 "서비스업은 다른 분야와 달리 생산성 향상을 끌어내기 어려운 분야다. 선진국들의 성장세가 정체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고 진단했다.
1980년대를 기점으로 방향이 엇갈렸다. OECD 회원국의 주요 정당이 성장을 약속한 정책 비중은 2021년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복지, 건강 등 성장과 상충하는 공약은 60% 이상 증가했다. 전체 공약 중에선 30%에 달했다.
공약은 곧 정책으로 전환됐다. 성장을 위한 개혁 대신 복지를 위한 규제 신설을 선택한 것이다. 영국의 경우 1970년대 GDP의 2%에 해당하는 세금 개혁을 매년 시행해왔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자 반토막 났다. 미 의회 예산처에 따르면 1979년 미국 소득 하위 20% 계층은 세전 소득의 30%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2018년에는 60% 이상을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년간 산업 관련 규제를 1만 2000여개 새로 발효하기도 했다.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열기도 식었다. 미국은 지난해에만 1만 2000여개에 달하는 규제를 새로 발효했다. 2010년부터 10년간 새로 추가된 수입품 관세 규정은 두 배 늘었다. 하버드대, 조지타운대, 국제통화기금(IMF)의 2020년 공동연구에 따르면 선진국의 시장 개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의료 서비스 확대에만 주력하는 모양새다. 각국 정부가 대규모 기반 시설 건설, 초등 교육 확대 등 성장 촉진 정책에는 지출을 줄이고, 노인 연금 증대, 의료보험 활성화 등에 과도하게 몰두한다는 지적이다.
OECD에 따르면 회원국의 1인당 의료비 지출은 매년 3%씩 증대됐다. 2018년 GDP의 9%를 차지하던 비중이 2030년 10% 이를 거란 전망이다. 반면 연구개발(R&D)에 대한 정부 지출은 1980년대에 비해 30% 가까이 줄었다.
성장을 등한시한 결과는 잔혹했다. 주요 7개국(G7)의 민간 부채는 연간 GDP의 130%에 육박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지원금을 살포한 탓에 국가부채도 급증했다. 빚더미에 짓눌리게 되자 각국 정부는 성장을 위한 투자에 소극적으로 변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인구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장경제에 초점을 맞춘 개혁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잇따른다.
이코노미스트는 "자유 무역 확대, 건축 규제 완화, 이민 제도 및 조세 개혁 등에 성공하면 1인당 GDP 증가율이 0.5%포인트 증가할 것"이라며 "지금 같은 저성장 시대에선 0.5%포인트조차 중요하다. 미래에는 더 크게 불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선진국 경제성장 멈춘다
14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는 포퓰리즘과 고령화 등의 문제로 인해 선진국의 장기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선진국으로 분류한 39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지난 20년간 연평균 1.1%를 기록했다. 1980년부터 2000년까지 20년 동안 1인당 GDP 증가율은 연평균 2.25%를 기록했다.저성장은 선진국들의 고질적인 문제가 됐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에도 선진국의 GDP 증가율은 약 2% 미만으로 집계됐다. 영국의 경우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GDP 증가율이 연평균 1%를 밑돌았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GDP가 세계 중윗값 이상인 국가의 1인당 GDP 증가율은 2027년까지 연평균 1.5%에 달할 전망이다. 캐나다, 스위스 등 선진국들은 0%로 수렴할 거란 지적도 나온다.
20세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세계 경제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전쟁이 끝난 뒤 온전하게 고등 교육받은 첫 세대였다. 숙련 노동자가 끝없이 배출됐고 여권(女權) 신장으로 인해 여성 노동력도 증대됐다. 세계화가 가속하며 무역량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경제 성장으로 인해 삶의 질이 개선됐다. 미국에선 1950년대 수세식 변기를 보유한 가구의 비중은 60%에 불과했다. 지속적인 기술 발전으로 집마다 수세식 변기가 설치됐고 2000년대에 들어선 한 가구당 보유한 자동차 수가 평균 2대에 달하게 됐다. 인터넷 보급률과 대학 진학률도 50여년 동안 급증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에 대한 관심은 줄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의 부가 극적으로 증대되면서 국민들의 대다수가 서비스업에 지출을 늘리기 시작했다"며 "서비스업은 다른 분야와 달리 생산성 향상을 끌어내기 어려운 분야다. 선진국들의 성장세가 정체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고 진단했다.
성장의 과실은 복지 확대로
성장의 과실을 얻게 되자 엔진이 식기 시작했다. 1960년부터 세계 주요 정당의 정강을 분석해 온 ‘매니페스토 프로젝트’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9개 회원국의 정치 의제가 크게 달라졌다. 1961년대에는 전체 공약 중 경제성장과 반(反)성장 공약의 비중은 각 10% 수준에 머물렀다.1980년대를 기점으로 방향이 엇갈렸다. OECD 회원국의 주요 정당이 성장을 약속한 정책 비중은 2021년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복지, 건강 등 성장과 상충하는 공약은 60% 이상 증가했다. 전체 공약 중에선 30%에 달했다.
공약은 곧 정책으로 전환됐다. 성장을 위한 개혁 대신 복지를 위한 규제 신설을 선택한 것이다. 영국의 경우 1970년대 GDP의 2%에 해당하는 세금 개혁을 매년 시행해왔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자 반토막 났다. 미 의회 예산처에 따르면 1979년 미국 소득 하위 20% 계층은 세전 소득의 30%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2018년에는 60% 이상을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년간 산업 관련 규제를 1만 2000여개 새로 발효하기도 했다.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열기도 식었다. 미국은 지난해에만 1만 2000여개에 달하는 규제를 새로 발효했다. 2010년부터 10년간 새로 추가된 수입품 관세 규정은 두 배 늘었다. 하버드대, 조지타운대, 국제통화기금(IMF)의 2020년 공동연구에 따르면 선진국의 시장 개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고령화가 주된 원인"
경제 성장이 등한시된 배경엔 급격한 고령화가 있다는 분석이다. 유권자들의 평균연령이 올라가면서 성장에 대한 열기가 식었다는 설명이다. 경제 성장 정책은 일반적으로 연금 수급자인 세대보다 숙련 노동자에게 가장 많은 혜택을 안겨 준다. 선거 승리를 위해 반성장 정책을 내세우는 이유다.의료 서비스 확대에만 주력하는 모양새다. 각국 정부가 대규모 기반 시설 건설, 초등 교육 확대 등 성장 촉진 정책에는 지출을 줄이고, 노인 연금 증대, 의료보험 활성화 등에 과도하게 몰두한다는 지적이다.
OECD에 따르면 회원국의 1인당 의료비 지출은 매년 3%씩 증대됐다. 2018년 GDP의 9%를 차지하던 비중이 2030년 10% 이를 거란 전망이다. 반면 연구개발(R&D)에 대한 정부 지출은 1980년대에 비해 30% 가까이 줄었다.
성장을 등한시한 결과는 잔혹했다. 주요 7개국(G7)의 민간 부채는 연간 GDP의 130%에 육박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지원금을 살포한 탓에 국가부채도 급증했다. 빚더미에 짓눌리게 되자 각국 정부는 성장을 위한 투자에 소극적으로 변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인구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장경제에 초점을 맞춘 개혁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잇따른다.
이코노미스트는 "자유 무역 확대, 건축 규제 완화, 이민 제도 및 조세 개혁 등에 성공하면 1인당 GDP 증가율이 0.5%포인트 증가할 것"이라며 "지금 같은 저성장 시대에선 0.5%포인트조차 중요하다. 미래에는 더 크게 불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