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이 ‘마이너스 통장’ 격인 단기차입금 한도를 3조원대로 늘리며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금융시장 경색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말 퇴직연금 만기 도래 등으로 자금 수요가 늘자 보험업계가 줄줄이 마통 개설 행렬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롯데손보는 단기차입금 한도를 기존 15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증액한다고 15일 공시했다. 차입 형태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이며, 실행기간은 2023년까지다. 롯데손보가 3조3000억원 한도 안에서 자유롭게 RP 매도 등을 통해 단기자금을 끌어다쓸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사가 일정 기간 이후 확정금리를 보태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인 RP는 단기(만기 1~3개월) 자본조달 수단으로 활용된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선제적인 크레딧라인 확보 목적으로 향후 상황을 고려해 실제 차입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적정 유동성 확보를 통해 금융시장 및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당장 유동성이 부족해 RP 매도 한도를 3조원 이상 늘린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앞서 삼성생명(2000억원→3조6000억원)과 푸본현대생명(5000억원→1조5000억원), 신한라이프(1300억원→1조4000억원) 등도 단기차입금 한도 확대를 결정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퇴직 퇴직연금 계정의 10%로 묶인 차입 한도를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풀고, 보험사의 RP 매도를 허용하면서 보험사들의 마통 한도 증액 움직임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