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코앞에서…"요금 3배 주면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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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무면허 불법 택시 기승
렌터카 등 이용해 택시로 위장
추위 떠는 노인·여성이 주타깃
단속 피해 멀리 차세우고 호객
택시업계 "적극 단속 해달라"
경찰 "제보 없으면 단속 어려워"
렌터카 등 이용해 택시로 위장
추위 떠는 노인·여성이 주타깃
단속 피해 멀리 차세우고 호객
택시업계 "적극 단속 해달라"
경찰 "제보 없으면 단속 어려워"
15일 0시 30분 서울 한강대로 서울역 1번 출구 앞. 영하 10도의 한파 속에 부산발 KTX를 타고 서울역에 온 시민 수십 명이 1승강장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10분에 한 대꼴로 오는 택시는 턱없이 부족했고 카카오택시 앱을 통한 호출도 여의치 않았다. 10분 뒤 다시 쏟아져 나온 KTX 승객들로 역 일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검은색 패딩 재킷을 입은 남성 다섯 명이 다가왔다. 렌터카 등 일반 승용차를 택시로 위장한 채 승객을 태우는 ‘무면허 불법 택시(나라시)’ 기사들이다. 이들은 택시 승강장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발을 동동 구르는 젊은 여성과 노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경찰 단속과 신고를 피하기 위해 100m가량 떨어진 인도나 길가에 차량을 주차해놓고 승객을 데려갔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한 70대 노인이 바가지요금을 지불하고 불법 택시에 탑승하기도 했다.
연말을 맞아 택시 승객 수요가 많아지면서 불법 택시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승차 거부, 요금 흥정 등을 하는 택시 기사들의 배짱 영업도 도를 넘어서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1일부터 심야 할증 요금을 이전보다 20~40% 인상했지만 승차난은 여전했다.
특히 택시 수요가 많은 서울역과 강남역 등 사람이 몰리는 지역에선 여전히 무면허 불법 택시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이날 서울역에서만 대여섯 대의 불법 택시가 영업을 했다. 그들은 시민들에게 조용히 다가가 인천 10만원, 강남 5만원, 여의도 4만원 등을 제시했다. 바뀐 심야할증을 적용해도 세 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빈 택시를 타려 했지만 집(성산동)이 너무 가깝다는 이유로 승차 거부를 당하는 승객도 있었다. 30분 넘게 추위에 떨던 승객은 결국 한 택시기사에게 요금의 2배를 주기로 하고 택시에 올랐다.
바가지요금으로 호객 행위를 하는 일반 택시 기사도 있었다. 이들은 시동을 끄고 주차한 뒤 “인천 8만원, 강남 5만원”이라며 비싼 요금을 제시했다. 이 중에는 모범택시 기사들도 섞여 있었다.
시민들과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불법 영업 기사가 “택시 승강장에 줄을 서 있으면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큰소리로 말하자 이에 발끈한 한 시민이 “길 건너편에 남대문경찰서가 있는데 무섭지도 않으냐”고 따졌다. 실랑이가 이어지자 경찰이 출동했다. 불법 영업 택시 기사들은 경찰차에서 내리는 경찰관을 확인하고 유유히 인파를 빠져나갔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택시 영업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에서 바로 적발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시민들이 현장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고 불법 영업하는 내용을 녹음해 신고하면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불법 택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불법 택시는 적발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수원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홍보본부장은 “제도권에서 일할 수 없는 기사들이 불법 택시를 많이 한다”며 “주요 상권과 기차역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엔 술에 취한 20대 여성이 불법 택시를 탔다가 기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