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만든 공장시대 법제
노동법 못바꾸면 '4류 전락'
무턱대고 과잉진료 이젠 없다
건보 선량한 가입자 피해 없도록
정의롭게 다시 바꾸겠다
“4차산업 혁명에 맞는 노동제도 필요”
윤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회 국정과제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연금개혁은 미래세대가 일할 의욕을 상실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고, 노동개혁은 미래세대에게 역량을 발휘할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해서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동시장 개편에 대해서는 “노동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노동 문제가 정쟁과 정치적 문제로 흘러버리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정치도 망하고 경제도 망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우리 노동법 체계는 과거 1960년대, 1970년대 공장시대의 법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디지털 혁명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밟아 나가고 있는데 이런 기반 수요에 맞게끔 노동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고, 결국 3류 또는 4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 수요에 따른 유연성 △노동자 보상체계의 공정성 △노동자의 직장 내 안전 △노사관계 안정성 등 정부가 구상하는 노동시장 개편 4대 방향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철폐와 노사관계 안정성에 대한 법치주의 확립, 주 52시간제 유연화, 직무급제 확대 등을 거론했다.
“건보 다시 정의롭게 만들겠다”
윤 대통령은 건강보험 개혁에 대해서는 “도덕적 해이가 다른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이를 없애고 보험제도를 다시 정의롭게 만들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년에 수천 번 병원 진료를 받는 ‘의료쇼핑’ 사례와 고가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반복적으로 받는 사례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윤 대통령은 또 “심사 평가를 제대로 해서 보험가입자들이 공평하게 중증질환, 필수의료에 대해 제대로 지원받게 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는 “나와 가족이 중증질환에 걸렸을 때 돈을 걱정하지 않고 제대로 치료받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건강보험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래 취지대로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의사의 판단에 따라 진료를 하는 것을 무턱대고 ‘과잉진료’로 보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소위 ‘메디컬 저지먼트 룰(의학적 판단기준)’이라는 원칙을 수립해 정상적인 의료 판단에 따라 처치하는 것은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이어 “건보 재정이 국민 모두에게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정부가 잘 설계하고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정부 안에 연금개혁 완성판”
연금개혁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연구하고, 한 번 결정되면 30~50년 가야 하는 과제”라며 “이번 정부에서 연금개혁 완성판이 나올 수 있도록 체계적인 연구와 공론화를 충분히 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 시기에 대해서는 “이번 정부 말기나 다음 정부 초기에 수십 년간 지속할 수 있는 연금개혁 완성판이 나올 수 있도록 시동을 걸겠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3월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하고, 10월에 국민연금 제도개혁안을 공개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국회와 여론 등을 반영한 최종 개혁 방안을 임기 내 완성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에서는 연금 얘기를 꺼내면 표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본격적으로 논의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이번 정부는 역사적 책임을 피하지 않고 개혁의 길을 가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노동개혁과 연금개혁은 이득을 보는 이들이 많지만 이득을 본다고 생각하지 않고, 손해를 보는 이들은 직접적이고 큰 손해를 본다고 생각해 거세게 저항한다는 특징이 있다”며 “국민 전체에게 도움이 되는 개혁인 만큼 꼭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도병욱/곽용희/황정환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