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1% 이상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달러 강세 영향으로 분석된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17달러(1.51%) 하락한 배럴당 76.1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4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같은 날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북해산 브렌트유(내년 2월물) 가격은 전날 대비 1.49달러(1.80%) 내린 배럴당 81.21달러에 마감했다.

세계적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 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14일 미국 중앙은행(Fed)는 예상대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끝내고 보폭을 줄인 것이었지만 Fed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본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물가 목표치인 2%까지 내려간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기준금리 인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스위스 등의 중앙은행도 15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위험이 커졌다.
/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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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달러화 가치가 오른 것도 유가를 짓눌렀다. 국제유가는 달러로 구매할 수 있는데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 원유 수요가 줄어들면서 유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15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대비 0.79% 상승한 104.59로 집계됐다.

데이터 분석 회사 OANDA의 수석 시장 분석가인 에드워드 모야는 "국제유가는 중앙은행들이 또다시 강력한 긴축정책을 발표한 후 세계적인 경기침체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소폭 하락했다"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원유의 최근 랠리가 힘을 잃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제 지표가 부진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중국의 소매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했다. 전달(0.5%) 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 11월 산업생산도 전년 동월보다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달 증가율(5.0%)을 밑돌았다.

세븐스리포트 리서치의 애널리스트들은 마켓워치에 "수요와 관련해 서방의 침체 우려가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완화와 관련한 낙관론을 부분적으로 상쇄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WTI 가격이 배럴당 70달러 근방에서 새로운 지지선을 형성하려고 애쓰고 있으나 침체 우려가 향후 실질적인 반등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가는 연초보다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박스권에 다시 갇힐 것"으로 내다봤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