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후드 현대차 정부 업무 담당 부사장/사진=연합
로버트 후드 현대차 정부 업무 담당 부사장/사진=연합
현대자동차 고위관계자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회사 피해가 커진다면 미국 투자를 재검토할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현대차 고위관계자가 IRA와 관련한 투자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RA는 현지 생산 전기차에만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현재 전기차를 전량 국내 생산해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현대차로선 가격경쟁력에서 타 업체에 비해 손해를 보게 된다.

로버트 후드 현대차 정부 업무 담당(부사장)은 15일(현지시간) 우드로윌슨센터가 주최한 웨비나(온라인 세미나)에서 'IRA 때문에 현대차가 조지아주 전기차공장 투자를 취소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 회사가 계속 주시해야 할 경제적 결정"이라고 답변했다.

후드 부사장은 "지금부터 미국 내 전기차 판매와 시장 점유율을 계속 늘려야 조지아주 공장이 완공됐을 때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판매가 증가하지 않으면 공장이 경제적으로 타당한지 진지하게 질문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했다.

그는 "공장을 유치한 조지아주에서 인센티브를 받는 대신 고용 및 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페널티를 물게 된다"면서 "IRA로 우리 성장에 계속 피해를 보게 된다면 우리가 어디로 갈지 진지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분명 멕시코는 인건비와 생산비 등 모든 것이 훨씬 저렴하다"며 "회사가 그 가능성을 다시 검토하기로 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후드 부사장은 "미국 시장이 매우 중요하고 기아차의 조지아 공장과 현대차의 앨라배마 공장이 워낙 성공적이었다"며 "현대차는 미국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여러 명의 미국 행정부 고위당국자와 의회 관계자를 만나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그들은 우리의 고충에 매우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기차 공급망 재설계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엄청난 작업"이라면서 "재무부가 현재 마련하는 세부 규정 중 특히 배터리 규정을 가장 우선해서 내놓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한국 정부와 현대차는 조지아 전기차 공장 완공 시점인 2025년까지 3년간 북미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한 IRA 규정의 시행을 미뤄달라는 의견을 미국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