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감독 당국이 사상 처음으로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대한 회계감사 감리 권한을 행사했다. 불투명한 회계 기준 탓에 상장폐지 위험에 처했던 중국 기업 200여곳이 이번 감리로 인해 기사회생할 수 있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는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 본토와 홍콩에 소재한 회계법인들에 대해 완전한 감리 권한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이 기준에 맞게 재무제표를 작성했는지 회계감사를 실시하는 외부 회계법인에 대해 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는 의미다. PCAOB는 대표적인 분식회계 사건인 엔론 파산 사태를 계기로 미국 상장사를 감사하는 회계법인에 대해선 소재지와 상관없이 감리하기 위해 설치됐다.

PCAOB는 최근 홍콩 회계법인 2곳에 조사 인력을 파견했다. 국영기업을 포함해 민간 산업군의 중국 기업 8개사에 대한 회계감사 기록을 조사했다. PCAOB에 따르면 감리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전적인 재량권을 행사했다. 또 수정 전의 감사 업무 제반 서류에도 접근할 수 있었다. PCAOB측 관계자는 “그간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던 만큼 잠재적 결함들이 많이 발견됐다”며 “일부 기업들의 경우 상폐 조치가 정당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감리 결과는 내년에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은 그간 중국의 기업 회계 감사 불투명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다. 그러나 중국은 국가 보안을 이유로 감사 기록에 대한 미국 당국의 접근 요구를 거부했었다. 이에 미 의회는 2020년 자국 회계기준에 따른 감리를 3년 연속 거부한 중국 기업을 미국 증시에서 퇴출할 수 있도록 외국회사문책법(HFCAA)을 제정했다.

이로 인해 미국 측의 감리를 계속 거부하는 중국 기업들은 2024년 초부터 뉴욕증시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올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알리바바 등 중국 업체 160여개사를 상폐 예비 명단에 올리는 등 압박이 더욱 거세졌다. 일부 중국 상장사는 홍콩 증시에 2차 상장을 하거나 자진 상폐하는 쪽으로 대응했다. 그러다 중국 당국이 지난 8월 미국 당국의 접근 권한에 동의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미 당국은 승리로, 상폐 위기에 내몰렸던 중국 기업은 안도의 순간으로 기록할 만하다”고 전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당국의 전문적 고려에 기초한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감리 기구와 함께 이전의 협력 경험을 총결산하는 기초 위에서 앞으로의 회계 감리 협력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