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하버드대학교가 차기 총장으로 흑인 여성 교수를 지명했다. 흑인 총장이 나오는 건 1636년 개교 이후 386년 만에 처음이다.

15일(현지시간) 하버드대는 클로딘 게이(52) 예술과학 분야 학장을 신임 총장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게이 학장은 내년 7월 제30대 총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게이 학장은 드류 파우스트 전 총장(2007~2018년 재임)에 이어 하버드대 사상 두 번째 여성 총장이 된다.

하버드대는 이날 “게이 학장은 민주주의와 정치 참여 분야의 저명한 석학”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회적, 정치적, 기술적인 측면에서 놀랍도록 가속하는 변화의 순간에 있다”며 이번 총장 지명의 이유를 설명했다.

1970년 미국 뉴욕의 아이티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게이 학장은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1998년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0년 모교인 스탠퍼드대 정치학과 교수로 임명된 뒤 그는 2006년 하버드대에 합류했다. 2015년 7월 사회과학대 학장을 거쳐 예술과학 분야 학장을 맡고 있다.

게이 학장은 흑인 등 소수인종의 선출직 진출이 정부에 대한 전체 국민 인식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에 천착했다. 빈곤층에 대한 정부의 주택 등 거주 지원 정책이 이들의 정치 참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연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게이 학장의 총장 임명을 학생 및 교수진 대다수가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게이 학장이 소수자를 대표하고 고용의 다양성을 이끄는 면에서 총장 임무를 이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게이 학장은 이날 임명 연설에서 “하버드대의 강점은 사람들”이라면서 “우리는 사회의 일부로서 참여하고, 세계에 봉사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직면한 도전에 대담하고 용감하게 선구적인 대처를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게이 학장의 임명으로 미 북동부 지역에 있는 아이비리그 8개 사립대 총장은 여성이 5명으로 늘었다. 현재 다트머스·펜실베이니아·브라운·코넬대가 여성에게 총장직을 맡겼다. 컬럼비아·프린스턴·예일대는 남성 총장이 재임 중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