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더의 시각
임태섭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전략자문(성균관대 MBA교수)



아직은 이른 승전가

2022년은 인플레이션이 치솟던 1980년대초 이후 처음으로 미 연준이 드라마틱한 정책전환을 시도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연준은 작년 하반기 자산매입규모 축소에 들어갔고 마침내 12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으며 올 3월부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금리인상을 단행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0.25%p의 베이비 스텝에서 시작하여 0.5%p의 빅 스텝 그리고 네번의 0.75%p 자이언트 스텝을 통해 11월까지 3.75%p의 금리인상을 단행하였고 12월 0.5%p 인상을 통해 올해 총 4.25%p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1980년대 이후 보지 못했던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통해 금융여건을 지난 40년의 어떤 금리인상 사이클보다 빠르게 긴축으로 몰아갔다. 11월 FOMC의 금리인상까지 파월의장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으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고통이 수반되며 최악의 경우 경기침체까지도 각오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12월 초 파월의장의 연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때이른 승전보와 경기연착륙에 대한 자신감을 담고 있었다.

10월 FOMC 직후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치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나며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으로 하던 정책기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3년 인플레이션은 상품가격을 중심으로 빠르게 하락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연준의 비둘기파들은 과잉긴축으로 인한 불필요한 경기침체 리스크와 금융안정성에 대한 리스크를 일제히 강조하기 시작했다. 12월초 파월의장의 연설은 연준의 정책기조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으로 하던 인플레이션 파이터 입장에서 인플레이션과 경기에 대한 균형을 강조하는 쪽으로 옮겨갔음을 확인하였다.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미국의 고용시장 상황과 내년 상반기로 기대되는 중국의 점차적리오프닝이 초래할 에너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의 재상승 가능성은 연준의 정책기조 선회가 상당한 불안요소를 포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년여에 걸쳐 7%-8%를 기록하고 있고 임금이 지속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은 어느 순간 급등할 위험이 있다.

연준이 정책기조를 선회하며 금리인상 폭을 하향조정할 것임을 밝히고 과잉긴축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한 자본시장 충격의 위험성은 크게 감소하고 시장 변동성이 전반적으로 하락하였다. MOVE로 측정되는 미 국채시장의 금리변동성과 VIX로 표현되는 주식시장 변동성이 의미있게 하락하였다. 또한 시장금리와 달러인덱스가 동반 하락하고, 주가는 반등하면서 금융여건이 빠른 속도로 완화되었다. 실질금리도 수익률곡선 전반에 걸쳐 하락하는 모습이다.

그림 1: 미국 금융여건지수 급격히 완화
출처: Goldman Sachs Investment Research

그림 2: 금리인상과 반대로 완화된 금융여건지수
출처: US Federal Reserve Bank, Goldman Sachs Investment Research

뒤집힌 수익률 곡선이 의미하는 것

연준의 정책기조 선회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를 비롯해 수익률 곡선 전반에 걸쳐 금리하락을 초래하였다. 특히, 10년물 금리가 4.2% 에서 최고치를 기록한 후 3.5%를 밑도는 수준까지 크게 하락하며 10년물과 2년물 금리의 장단기 금리가 0.78%p까지 역전되었다. 이는 1981년이래 최대의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기록된다. 12개월~18개월 이내 경기가 침체에 빠지는 예측 시그널로 여겨지는 10년물과 3개월 금리 차이도 크게 역전되며 1980년대초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였다.

그림 3: 미 장단기 금리차 역전되며 확대
출처: US Federal Reserve Bank, Goldman Sachs Investment Research

단기금리는 주로 중앙은행의 정책금리에 영향을 받고 10년물을 비롯한 장기금리는 시장 참여자들이 중장기 경기전망에 비추어 균형금리로 여기는 수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장단기 금리의 역전은 경기침체의 시그널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다시 말해서,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장기균형금리 이상으로 인상하면서 총수요를 억제하고 경제성장을 잠재성장률 수준 이하로 낮추어 결국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그러나 최근의 장단기 금리 역전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상당히 많다.

우선, 미국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는 시나리오이다. 연준 이사회 월러위원의 의견대로 긴축정책을 통해 과열된 고용시장의 구인자수와 구직자수 불균형을 현재의 채용규모에 영향을 주지않고 구인자수만을 줄이면서 임금상승률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연준 목표치에 수렴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상적인 시나리오가 달성 가능할 지는 의문이다. 전 재무장관 써머스교수의 논문에서 이런 시나리오는 과거 사례에 비추어 볼 때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난다. 필자 역시 거시적 긴축정책이 구인자수만 외과수술적인 정확도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데 동의하기 어렵다. 12월초 파월의장의 연설 후 발표된 11월 고용지표도 이와 같은 이상적 시나리오를 뒷받침하지 않는다. 미국 고용시장은 비농업부문에서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263,000명의 신규채용을 기록하여 파월의장이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제시한 100,000명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간당 임금상승률도 전달대비 0.6%와 전년대비 5.1% 상승을 기록하며 각각 0.3%와 4.6%이던 예상치를 크게 초과하였다. 임금상승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반면 경제활동참여율은 오히려 0.1%p 하락하여 62.1%를 기록하면서 고용시장 불균형은 좀처럼 나아지고 있지 않은 모습이다.

파월의장은 12월 금리인상 폭을 하향조정할 것을 예고하면서 금융여건이 완화되고 있음에 개의치 않았다. 한발 더 나아가 금융시장이 제기능을 하고 있고 연준은 이제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는 유리한 입지에 있다고 표현했다. 이러한 연준의 낙관론의 바탕에는 10월 소비자물가지표가 중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주택임대차비용 상승세가 아직 높은 수준이나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어차피 후행지수이다. 선행지표인 주택가격의 하향세를 반영할 때 시차를 두고 하락할 것이다. 둘째, 서비스부문에서 임금에 특히 민감한 데이케어나 의료서비스의 임금상승이 둔화되고 있는 시그널이 있다. 셋째, 공급망 병목현상이 해소되면서 상품부문에서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중고차가격이 급락하는 등 상품부문의 가격하락세가 내년에는 전체 인플레이션을 더욱 끌어내리는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또한 고용시장에서도 구인자수가 하락하며 구인/구직자수의 차이가 4,275,000명 정도로 지난 3월 6백만명이 넘던 수준에서 크게 줄어들어 고용시장의 불균형이 긴축정책과 함께 해소되기 시작하는 초기 시그널이 있다. 위의 세가지 논지에 바탕을 두고 파월의장도 경기침체와 이로 인한 실업률의 큰 폭 상승 없이 구인자수를 감소시켜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는 낙관론을 피력했다. 시장도 이런 낙관론에 동조하였다.
S&P500지수는 9월의 급락세를 모두 회복했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5% 아래로 하락하며 미국의 금융여건지수는 8월 수준으로 완화되었다.
현재의 미 국채 수익률곡선은 인플레이션 억제에 대한 연준의 낙관론과 금리 조기인하에 대한 시장의 낙관론이 어울러진 결과로 분석된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경기침체 없이 억제하며 경기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는 연준의 낙관적 시나리오는 시장의 최종 정책금리 기대수준을 5%에 묶어 놓고 있고, 인플레이션 억제와 경기연착륙에 성공한 연준은 내년 후반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시장의 낙관론이 장기금리의 하락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낙관론을 펴고 있는 연준조차도 2023년말 근원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에 근접한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이 기대하는 내년말 금리인하 기대가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현재의 장단기 금리차를 설명하는 두번째 논리는 연준이 경기둔화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까지 하락할 것을 고집하지 않고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이다. 팬데믹 발생 직후 최대 2조달러에 달하던 미국 가계부문의 잉여저축이 아직도 1.3조달러에 달하고 있어 소비가 금리인상에 단기적으로 크게 영향 받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금리인상은 주택과 자동차판매 등 상품과 건설부문에 지나치게 악영향을 끼치며 불필요한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연준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상향 수정하면서 정책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이다. 하지만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더욱 오랜 기간 높은 수준에 머무르는 것을 용인하거나 인플레이션 목표치의 상향조정을 고려한다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연준의 낙관론은 기대인플레이션이 크게 상승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기초하고 있어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정책기조를 펼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장단기 금리차는 연준과 시장이 모두 인플레이션, 금리 그리고 경기에 대한 너무 낙관적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연준은 이미 과잉긴축의 위험관리로 정책기조를 전환한 반면 연준이 예상하고 있는 최종 정책금리수준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데 실패하고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금리인하는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이다. 필자는 이 시나리오를 가장 위험한 것으로 본다.
마지막 시나리오가 맞는다면 연준은 또다시 신뢰성에 엄청난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이 공급망 붕괴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연준의 오판은 뒤늦은 급격한 금리인상을 통해 이미 전세계 경제에 많은 고통을 안겼다. 또다른 신뢰성 문제는 더 큰 고통으로 이어질 것이다. 첫째,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서 지속되며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기 시작할 것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금리인상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연준의 정책기조가 전환되면서 미국 금융여건이 상당히 완화되었다. 골드만삭스 미국 금융여건지수는 10월22일 연초대비 391bp가 긴축되며 최대폭 긴축을 기록한 이후 연준의 정책전환과 함께 현재는 연초대비 280bp정도 긴축된 수준을 보이고 있다. 10월말 이후 110bp정도 완화되며 연준이 올해 조정한 긴축의 30% 정도 가까이 되돌려진 것이다. 과열된 고용시장을 현재 수준의 금융여건 긴축을 통해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셋째, 연준이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다시 행동에 나선다면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일 수 밖에 없어 자본시장의 혼돈과 경기침체가 수반될 것이다. 연준의 위험관리국면으로의 정책전환은 가파른 금리인상 속도를 고려할 때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나 이로 인한 금융여건의 완화를 어떻게 되돌릴 것인지는 쉽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연준은 12월에 이어 2월 FOMC에서도 0.5%p 금리를 인상하고 12월 발표되는 금리점도표의 최종금리수준을 높여 금융여건이 더 이상 완화되는 것을 막으려 할 것이다. 이런 시도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는다. 금리상승, 달러강세 그리고 주가변동성 확대의 삼각고리가 다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KOSPI 주식 리스크프리미엄의 지나친 하락
경기둔화가 진행되며 기업실적 전망이 하향조정되고 있는 국면에서 KOSPI는 미국 주요 주가지수의 반등과 함께 9월의 하락폭을 거의 만회하였다. 미국의 상품소비 둔화세가 진행형이고 중국 경제의 리오프닝은 서서히 점차적으로 진행될 것임을 감안할 때 KOSPI의 반등은 주로 주식 리스크프리미엄(equity risk premium)의 축소에 의해 설명된다. 리스크프리미엄은 주가대비 주당순익률(earnings yield)과 10년물 국채금리로 측정할 수 있다. 주가대비 순익률은 경기둔화가 심화되며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장기금리수준도 크게 하락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정책금리가 3.5% 수준에서 정점을 이룰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최근의 원화강세는 금리인상에 대한 압력을 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최종 정책금리수준이 상승하며 달러강세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 한국은행도 정책금리를 현재의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리고 한동안 그 수준을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프리미엄의 축소로 견인된 KOSPI의 반등세가 불안해 보인다.

그림4:KOSPI 기업실적 하향조정국면 진행중
출처:Quantwise, 크레스트아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