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내 살인 20대 "무기수라 총대 메…살인은 공동범행" 주장

대전고법서 항소심 2차 공판…"법정놀이 식으로 재미 삼아 폭행" 진술
'살인 방조' 2명 "무기수의 행동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워"

교도소에서 동료 수용자를 때려 숨지게 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20대 무기수가 항소심에서 "무기수라 총대 멘 것일 뿐, 살인은 공범들과 함께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27)씨는 16일 대전고법 제1-3형사부(이흥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서 "한 명은 망을 보고, 한 명은 팔다리를 붙잡아 제압하고, 나머지 한 명이 때렸는데 구체적으로 역할을 어떻게 나눴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망 당일 피해자에게 비닐봉지를 씌우고 얼굴을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과호흡이 심해 조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엔 본인의 단독 범행이라고 인정했다가 진술을 바꾼 이유를 묻는 공범 B씨 변호인에게 "제가 무기수라 총대를 메겠다고는 했지만, 혐의를 부인하기로 했는데 둘이 저의 단독 범행이라고 진술한 것을 알고 배신감을 느꼈다.

양심에 찔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9일부터 피해자가 사망한 21일까지 공범 B씨, C씨와 함께 피해자를 거의 매일 폭행했으며, 횟수는 하루 대여섯 차례에 이를 정도로 반복돼 일일이 기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유도 기술을 잘 아는 B씨가 피해자의 목을 조르며 본보기를 보이기도 했으며, 각각 폭행을 허락하는 '판사'와 직접 실행하는 '집행관'의 역할을 맡아 '법정 놀이' 식으로 재미 삼아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공범 B씨와 C씨 측 변호인들은 "피고인은 무기수였던 A씨의 행동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다"며 "법정 놀이라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21일 공주교도소 수용거실 안에서 같은 방 수용자(42)의 목을 조르고 가슴부위를 발로 여러 차례 가격하는 등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19년 계룡에서 금을 거래하러 온 40대를 둔기로 때려 살해하고, 금 100돈과 승용차를 빼앗아(강도살인)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복역 중인 상황이었다.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도 아무런 이유 없이 다른 생명을 짓밟았고, 재판 과정에서 죄질을 줄이는 데 급급해 하는 등 반사회적 성향이 있다고 심히 의심된다"면서도 "피고인이 처음부터 살해할 적극적이고 분명한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은 같은 방 수용자 B씨와 C씨에 대해서도 살인 혐의로 함께 기소했으나, 재판부는 A씨의 진술이 자주 번복돼 신뢰하기 어렵다며 이들에 대해 살인 방조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각각 징역 2년 6월과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