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 ‘대학 자율화’ 내용을 담은 규제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주요 이슈인 등록금 규제 완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14년째 동결된 등록금은 대학 재정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에 등록금 규제까지 풀 경우 서민 경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대학 규제개혁안에는 등록금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대학 등록금은 2009년부터 14년째 동결돼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747만6300원으로, 2009년 741만9500원에서 0.76% 오르는 데 그쳤다. 매년 대학 등록금 변동 폭은 수천원 수준으로 미미하다. 비슷한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8% 이상임을 감안할 때 대학들의 재정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간접규제로 대학 등록금을 틀어쥐고 있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은 최근 3년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엔 교육부가 국가장학금 지원액 중 일부를 지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등록금 동결을 강제하고 있다.

대학이 등록금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사립대 교비회계 결산에서 등록금 수입은 9조8780억원으로 2017년 10조1510억원보다 2730억원 감소했다. 전체 수입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4년 새 60.6%에서 54.9%로 줄었다. 교비회계 중 등록금·전입금·교육부대 수입과 교육 외 수입은 2017년 이후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빈자리는 정부 지원금이 메우고 있다. 같은 기간 국고보조금 수입은 276억원 늘어난 3조92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전체 수입 중 17.2%를 차지했다.

교육부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당장 이를 해결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등록금까지 올리면 서민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