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문서 개정…원거리 타격무기 확보·방위비 GDP 2%로 증액
'中=최대 전략적 도전' 규정…독도 영유권 주장에 韓정부 항의
日, '반격 능력' 보유 결정…안보정책 대전환(종합)
일본 정부가 적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겠다고 선언했다.

원거리 타격무기 확보를 전제로 한 반격 능력 보유 결정은 태평양전쟁 후 평화주의를 주창해온 일본 안보정책의 대전환으로 평가된다.

일본 정부는 16일 오후에 열린 임시 각의(閣議·국무회의)에서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했다.

개정된 안보 문서는 외교·안보 기본 지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과 자위대 역할과 방위력 건설 방향이 담긴 '국가방위전략', 구체적인 방위 장비의 조달 방침 등을 정리한 '방위력정비계획'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각의 후 기자회견에서 국제 안보 환경 악화를 언급한 뒤 "역사의 전환기에 국가와 국민을 지켜내는 총리로서의 사명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며 반격 능력의 보유를 천명했다.

◇ "억지력 위해 반격 능력 보유…미국과 협력"
일본 정부는 10년 만에 개정한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주변국 미사일 위협을 거론하면서 "이 위협에 대해 기존 미사일 방어망만으로 완전히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억지력 차원에서 반격 능력 보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격 능력에 대해서는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하고 그 수단으로서 탄도미사일 등에 의한 공격이 행해진 경우, '무력 행사 3요건'에 근거해 그런 공격을 막기 위한 부득이 한 필요 최소한의 자위 조치"라며 "상대의 영역에 우리나라가 유효한 반격을 가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스탠드오프'(원거리 타격) 방위 능력 등을 활용한 자위대의 능력"이라고 규정했다.

여기서 무력행사 3요건은 ▲ 무력 공격으로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자유에 명확한 위험이 발생하고 ▲ 국민을 지키기 위한 다른 수단이 없으면 ▲ 필요 최소한으로 실력 행사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무력 공격이 발생하지 않은 단계에서 선제공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미국과 협력해 대처한다는 문구도 국가안전보장전략에 포함됐다.
日, '반격 능력' 보유 결정…안보정책 대전환(종합)
◇ 창·방패 모두 가진다…미일 역할 구분 조정될 듯
지난 70년여간 일본은 유엔이 인정하는 자위권 차원에서 반격 능력을 보유할 수 있지만, 정책적 판단으로 보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는 일본 안보 정책의 기축인 미일 동맹의 전통적인 역할 구분이 미군은 '창', 자위대는 '방패'였기 때문이다.

일본이 공격을 받으면 타격 능력을 갖춘 미군이 보복하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이제 미군의 창에 의존해 방패 역할에 전념하는 구도에서 벗어나 창과 방패를 모두 보유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어서 미일 동맹의 역할 구분에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격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원거리 타격무기 보유가 필수적이다.

자위대가 현재 보유한 지상 발사형 미사일 중 사거리가 가장 긴 '12식 지대함 유도탄'의 사정거리는 백수십㎞에 불과하다.

이 유도탄은 공격 의도를 가진 적 함정 등이 일본 열도에 접근하는 것을 저지하는 용도다.

일본 정부는 원거리 타격 능력을 갖추기 위해 사거리 1천250㎞ 이상인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도입한다고 개정 방위력정비계획을 통해 밝혔다.

아울러 기존 12식 지대함유도탄의 사거리를 1천㎞ 이상으로 늘리고 전투기와 함정에서도 발사할 수 있도록 개량할 계획이다.
日, '반격 능력' 보유 결정…안보정책 대전환(종합)
이 밖에도 ▲ 유도탄·탄약 확보 등 전투 지속 능력 확충 ▲ 종합 미사일 방어 능력 향상 및 정찰·감시 능력 개선 ▲ 우주·사이버 능력 향상 ▲ 자위대 내 상설 통합사령부 설치 ▲ 방위산업 육성 및 방위 장비 수출규제 완화 검토 등도 안보 문서에 담겼다.

자위대를 실질적으로 전쟁 수행이 가능한 조직으로 만들려는 계획으로 해석된다.

◇ 자위대 전쟁 수행 가능한 조직으로
일본 정부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비를 5년 뒤인 2027년도에는 관련 예산을 포함해 GDP의 2%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2023년도부터 5년간 방위력 정비 비용을 43조 엔(약 410조 원) 정도로 한다고 방위력정비계획에 명시했다.

국가방위전략에선 방위력 강화의 배경으로 ▲ 중국의 군비확장 및 대만 주변에서의 군사 활동 ▲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과의 군사 협력 강화 등 주변 안보 환경의 악화를 꼽았다.

특히 중국이 올해 8월 대만 주변 해역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일본이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설정한 해역에 낙하해 현지 일본 주민이 위협으로 받아들였다고 기술했다.

국가안전보장전략에 등장하는 주변국 기술에도 변화가 있었다.

2013년 국가안전보장전략이 처음 마련될 당시 중국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 사항"이라고 표현했으나 이번에 개정하면서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변경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러시아와 협력"이란 표현을 삭제하고, "안전보장상 강한 우려"라는 기술로 대체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종전보다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라며 위협 표현의 수위를 높였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지정학적이나 우리나라의 안전보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표현이 유지됐다.

독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의연하게 대응하면서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한다는 방침에 근거해 끈질기게 외교 노력을 한다"고 기술했다.

종전 기술인 "다케시마 영유권에 관한 문제는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한다는 방침"이라는 기술과 비교해 독도 영유권 주장이 강화됐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국가안전보장전략에 담긴 독도 영유권 주장과 관련해 "즉각 삭제할 것을 촉구한다"며 항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