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결산] 화제의 인물 :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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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의 포연이 세계를 뒤덮은 한 해였다.
며칠이면 끝날 거라던 러시아의 침공은 벌써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코미디언 출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장을 사수하는 솔선수범 리더십으로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반면 명분 없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거듭된 패전으로 나라 안팎의 조롱을 받으며 꿀 먹은 벙어리가 돼버렸다.
전쟁은 물가를 밀어 올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면서도 경기 침체를 막아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떠맡았다.
각국 시장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에 시선을 집중했다.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전쟁의 어부지리를 톡톡히 누렸다.
언론인 피살사건 이후 세계적 따돌림을 받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각국에서 환영받는 '인싸'로 발돋움했다.
이란에서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 이후 여성 인권을 위한 필사의 투쟁이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각국 정치판엔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인도계 리시 수낵 총리가 비백인으로서는 처음 영국 정부 수반에 올랐다.
이탈리아에서는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정권을 잡았다.
미국에서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강한 경쟁자로 등장했다.
◇ 코미디언에서 대러 항전 상징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러시아에 맞서는 우크라이나 항전의 구심점이다.
유명 코미디언 출신으로 2019년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올해 초 전쟁 위기가 고조될 당시까지만 해도 외치 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후 위기 속 몸을 사리지 않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평가는 180도 바뀌었다.
전쟁 발발 후 키이우를 떠나지 않고 세계 정상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 서방의 군사·재정 지원을 이끄는가 하면, 한결같은 올리브색 티셔츠 차림으로 매일 결사 항전을 독려하는 연설을 이어가며 자국민을 똘똘 뭉쳤다.
특히 3월 1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삶이 죽음을 이길 것이며, 빛이 어둠을 이길 것"이라는 표현으로 국제사회를 움직였다.
이 장면을 두고 "찰리 채플린이 윈스턴 처칠로 변모한 것 같았다"(미국 시사주간 타임)는 평가가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초반 열세를 뒤집고 영토 상당 부분을 수복했다.
◇ 전 세계 요동치게 한 러시아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 이웃 우크라이나, 나아가 전 세계 민주 진영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2월 24일 자국군에 '특수 군사작전' 돌입을 명령한 이후 우크라이나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이 고강도 제재와 무제한 무기 공급으로 우크라이나와 연대하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러시아 경제가 비틀거리고, 나라 안팎으로 전쟁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데도 그는 침공을 약 10개월째 강행 중이다.
문제는 유럽행 가스 공급 차단, 우크라이나산 식량 수출 봉쇄 등 그의 결정으로 세계 경제가 함께 신음한다는 점이다.
침공의 성과는 초라할 뿐이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점령은커녕, 졸전 끝에 점령했던 일부 지역도 우크라이나의 거센 반격에 다시 빼앗기고 있다.
이런 실패는 그가 소수의 '강경파', '예스맨'들에게만 둘러싸여 잘못된 전황·정보 보고를 받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계속되는 패전이 부담이었는지 그는 10년 동안 계속해오던 연말 기자회견도 취소해버렸다.
◇ 이란 히잡시위의 상징이 된 마흐사 아미니 이란 신정체제의 국민 기본권 억압에 반발한 반정부시위를 촉발한 22세 쿠르드족 여성.
아미니는 7월 16일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이는 등 복장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란 도덕 경찰에 끌려간 뒤 의문사했다.
이란 당국은 심장마비를 주장했으나 심한 구타에 따른 뇌 손상으로 숨졌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증언도 쏟아졌다.
폭압과 진실 은폐 의혹에 격분한 이란 여성들은 거리로 나서 항의했고 군경은 강경한 진압에 나섰다.
여성들을 보호하려 남성들이 가세하면서 시위는 더 커졌고 의제도 의문사 항의에서 기본권 보장, 권위주의 체제 타도로 확장됐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공화국이 들어서자 40여 년 동안 금지된 히잡 착용을 다시 강제하는 등 여성 인권을 옥죄기 시작했다.
이번 시위는 이슬람공화국 수립 후 최장기간 이어진 반정부시위로 기록됐다.
이란 당국은 잔혹한 진압 속에 시위 참가자에게 사형까지 집행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에 따르면 시위에 나섰다가 살해된 이들이 12월 8일 현재 최소 458명으로 집계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이번 시위를 자유를 향한 국민적 열망으로 보고 연대를 표명하고 있다.
◇ 중국 고속성장 시대 이끈 장쩌민 전 국가주석 중국의 3세대 최고지도자. 96세를 일기로 11월 30일 사망했다.
덩샤오핑에게 발탁돼 당 총서기에 오른 장쩌민 전 주석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과 도광양회(빛을 숨긴 채 실력을 키움) 노선을 계승하면서 서방과의 원만한 관계 속에 중국의 비약적 경제 성장을 일궜다.
반면 민주화 운동가들과 파룬궁에 대한 탄압 등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은퇴 이후에도 상하이방 대부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시진핑 집권기에 '정적 세력'으로 분류돼 입지가 약화했으며 말년 3년간 상하이에서 두문불출하다 별세했다.
◇ 세계 경제 쥐락펴락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올 한해 세계 경제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의 '입'에 울고 웃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밝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평가받았던 파월 의장은 올해 치솟는 물가를 확인하고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변신했다.
연준은 유례 없는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4번 연속으로 단행하는 등 기준금리 상단을 0.25%에서 4.5%로 초고속으로 끌어올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면서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그가 내놓는 말 한마디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물가 안정을 위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파월 의장의 메시지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식·부동산 시장은 급락하고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였다.
그는 내년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할 방침을 공언하고 있어 세계 경제는 한동안 그의 입을 계속 바라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국제 왕따에서 주인공으로…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위 계승권자이자 정부 수반인 총리로 명실상부한 실세다.
권력과 재력을 모두 가진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 불린다.
자산은 최대 2천500조원으로 추정된다.
중동의 젊은 '계몽 군주'를 표방하지만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받아 잔혹한 권위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고유가 상황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맏형 격인 사우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덩달아 그의 위상도 높아졌다.
대선 후보 시절 그를 '국제 왕따'로 만들겠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마저 직접 사우디를 찾아가 그에게 원유 증산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 플러스'(OPEC+)가 되려 감산을 결정해 바이든 대통령은 체면만 구겼다.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카타르월드컵 등에 참석, 최근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12월에는 시진핑 국가주석도 사우디를 방문해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났다.
지난달 방한으로 국내에서도 주목받았다.
◇ 사상 최장 왕세자 거쳐 왕위 오른 찰스3세 영국 국왕 9월 8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직후 74세 나이에 왕위를 계승했다.
여왕과 필립공 사이 장남으로 태어나 9살이던 1958년 영국 왕세자(Prince of Wales)로 책봉된 이래 무려 64년간 즉위를 기다린 기록을 남겼다.
일찌감치 왕세자로 낙점돼 여왕 역할을 대행하기도 한 '준비된 국왕'이지만 다이애나비와의 이혼, 사우디에서 거액 기부금 수수 등으로 인기가 어머니만 못하다.
1981년 다이애나비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으나 이전 연인인 커밀라 파커 볼스와 불륜설이 끊이지 않았다.
다이애나비가 이혼 이듬해인 1997년 교통사고로 숨졌고, 찰스는 비난 속에서 커밀라와 2005년 재혼했다.
커밀라도 줄곧 세자빈 호칭을 얻지 못하다가 찰스 국왕 즉위로 왕비(Queen Consort)로 격상됐다.
영국이 경기침체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은 가운데 호감도가 떨어지고 나이가 많은 왕이 등장하면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중간선거 압승으로 트럼프 압도한 론 디샌티스 11·8 미국 중간선거는 2024년 미국 대선의 공화당 잠룡 중 한 명에 불과했던 론 디샌티스(44) 플로리다 주지사가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는 계기가 됐다.
공화당 대선후보로 재선 도전이 유력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부진 책임론에 휘말려 입지가 흔들리면서 디샌티스가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했다.
1978년 플로리다주의 이탈리아계 미국인 가정에서 태어나 예일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디샌티스는 해군에 입대해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경력이 있다.
2012년 플로리다 6구 연방하원의원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정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았고, 2018년 연임제한에 걸린 릭 스콧 전 주지사 대신 선거에 나서 승리한 이후 플로리다 주지사직을 역임해 왔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19%포인트라는 보기 드문 득표율차로 재선에 성공, 차기 대선 후보로 몸값을 키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드샌티스의 압승 직후 "평균 수준의 주지사"라며 견제구를 던졌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모양새다.
◇ 트위터 삼키고, 우크라전도 참견…'괴짜 갑부' 일론 머스크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소유한 세계 최대 갑부.
트위터에 팔로워 1억2천만명을 거느린 그는 10월 아예 이 회사를 사들였다.
4월 인수 방침을 발표했다가 돌연 취소, 소송을 당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에 올라선 뒤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극우 인사 계정 부활, 대규모 감원 등 예측불허 행보를 보였고, 대형 광고주 수십 곳이 떨어져 나갔다.
'머스크 리스크'에 테슬라 주가도 급락하며 12월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서도 밀려났다.
그는 사방팔방 참견을 계속하고 있다.
2월에는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에 최전방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위성 서비스 '스타링크'를 제공해 찬사를 받았다.
그러더니 10월에는 우크라이나가 2014년 러시아에 강제합병된 크림반도를 포기해야 한다는 내용의 종전안을 게시했다.
또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를 놓고는 중국에 기운 발언을 내놔 '입방정' 논란을 자초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자신이 (전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 '코인계 슈퍼스타'에서 바하마의 죄수 신세로…샘 뱅크먼-프리드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FTX의 창업자다.
그는 한때 FTX 기업 가치를 320억달러(약 42조원)로 키워 '코인계의 JP모건'이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승승장구했으나, FTX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결국 파산 보호 신청을 하며 몰락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나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했고 2019년 FTX를 창업해 코인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티셔츠와 헐렁한 반바지 차림으로 각종 행사장에 등장해 '쿨한 트레이더' 이미지로 인기를 끌어 여러 투자를 유치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대선 캠페인 때는 개인 후원자 중 두 번째로 많은 정치 자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FTX 고객 자금을 빼돌려 계열사 알라메다리서치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뱅크런 사태에 직면,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이후 그는 사기 등 혐의로 미국 검찰에 기소돼 FTX 본사 소재지인 바하마에서 체포됐으며,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수십 년의 징역형과 막대한 벌금을 부과받을 가능성이 큰 상태다.
◇ "식민지의 아들이 영국 정상에"…리시 수낵 영국 총리 영국의 제57대 총리. 영국 역사상 최초의 비백인 총리이자, 42세로 210년 만에 가장 젊은 총리다.
또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임명한 첫 총리다.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그의 총리 선출이 확정되던 날,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의 뉴스전문채널 NDTV는 "인도의 아들이 제국을 정복했다"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그는 영국에서 엘리트 코스를 착실하게 밟은 금융인 출신이다.
명문 사립고를 나와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정치·경제(PPE)를 공부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했다.
이후 금융가에서 일하다가 2015년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전임자인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경제정책 실패로 취임 44일 만에 사퇴하며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로 기록됐다.
수낵 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트러스 총리의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 100년 만의 이탈리아 극우 정권…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 '여자 무솔리니' 조르자 멜로니(45)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극우 정권이 10월 출범했다.
베니토 무솔리니가 파시즘 정권을 수립한 지 정확히 100년 만에 유럽연합(EU) 3위 경제 대국 이탈리아에 극우 정부가 들어선 것이다.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총리인 멜로니는 9월 총선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등과 손잡고 우파 연합을 결성해 압승을 이끌었다.
무솔리니의 국가파시스트당(PNF)의 후신 격인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를 맡아온 그는 '강한 이탈리아'를 기치로 반이민·반난민, 반동성애, 반유럽통합 등을 앞세워 입지를 다져왔다.
이탈리아 극우 정권 출범을 비롯해 9월에는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이 스웨덴 총선에서 원내 제2당에 오르며 도약했고, 11월에는 이스라엘 총선에서 극우정당 연합인 '독실한 시오니즘'이 약진하는 등 올해 국제사회에는 '극우 바람'이 거셌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린 물가 급등과 이에 따른 생활고, 불법 이주민 증가, 세계화 등으로 초래된 사회 불평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며칠이면 끝날 거라던 러시아의 침공은 벌써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코미디언 출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장을 사수하는 솔선수범 리더십으로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반면 명분 없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거듭된 패전으로 나라 안팎의 조롱을 받으며 꿀 먹은 벙어리가 돼버렸다.
전쟁은 물가를 밀어 올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면서도 경기 침체를 막아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떠맡았다.
각국 시장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에 시선을 집중했다.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전쟁의 어부지리를 톡톡히 누렸다.
언론인 피살사건 이후 세계적 따돌림을 받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각국에서 환영받는 '인싸'로 발돋움했다.
이란에서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 이후 여성 인권을 위한 필사의 투쟁이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각국 정치판엔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인도계 리시 수낵 총리가 비백인으로서는 처음 영국 정부 수반에 올랐다.
이탈리아에서는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정권을 잡았다.
미국에서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강한 경쟁자로 등장했다.
◇ 코미디언에서 대러 항전 상징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러시아에 맞서는 우크라이나 항전의 구심점이다.
유명 코미디언 출신으로 2019년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올해 초 전쟁 위기가 고조될 당시까지만 해도 외치 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후 위기 속 몸을 사리지 않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평가는 180도 바뀌었다.
전쟁 발발 후 키이우를 떠나지 않고 세계 정상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 서방의 군사·재정 지원을 이끄는가 하면, 한결같은 올리브색 티셔츠 차림으로 매일 결사 항전을 독려하는 연설을 이어가며 자국민을 똘똘 뭉쳤다.
특히 3월 1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삶이 죽음을 이길 것이며, 빛이 어둠을 이길 것"이라는 표현으로 국제사회를 움직였다.
이 장면을 두고 "찰리 채플린이 윈스턴 처칠로 변모한 것 같았다"(미국 시사주간 타임)는 평가가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초반 열세를 뒤집고 영토 상당 부분을 수복했다.
◇ 전 세계 요동치게 한 러시아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 이웃 우크라이나, 나아가 전 세계 민주 진영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2월 24일 자국군에 '특수 군사작전' 돌입을 명령한 이후 우크라이나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이 고강도 제재와 무제한 무기 공급으로 우크라이나와 연대하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러시아 경제가 비틀거리고, 나라 안팎으로 전쟁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데도 그는 침공을 약 10개월째 강행 중이다.
문제는 유럽행 가스 공급 차단, 우크라이나산 식량 수출 봉쇄 등 그의 결정으로 세계 경제가 함께 신음한다는 점이다.
침공의 성과는 초라할 뿐이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점령은커녕, 졸전 끝에 점령했던 일부 지역도 우크라이나의 거센 반격에 다시 빼앗기고 있다.
이런 실패는 그가 소수의 '강경파', '예스맨'들에게만 둘러싸여 잘못된 전황·정보 보고를 받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계속되는 패전이 부담이었는지 그는 10년 동안 계속해오던 연말 기자회견도 취소해버렸다.
◇ 이란 히잡시위의 상징이 된 마흐사 아미니 이란 신정체제의 국민 기본권 억압에 반발한 반정부시위를 촉발한 22세 쿠르드족 여성.
아미니는 7월 16일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이는 등 복장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란 도덕 경찰에 끌려간 뒤 의문사했다.
이란 당국은 심장마비를 주장했으나 심한 구타에 따른 뇌 손상으로 숨졌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증언도 쏟아졌다.
폭압과 진실 은폐 의혹에 격분한 이란 여성들은 거리로 나서 항의했고 군경은 강경한 진압에 나섰다.
여성들을 보호하려 남성들이 가세하면서 시위는 더 커졌고 의제도 의문사 항의에서 기본권 보장, 권위주의 체제 타도로 확장됐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공화국이 들어서자 40여 년 동안 금지된 히잡 착용을 다시 강제하는 등 여성 인권을 옥죄기 시작했다.
이번 시위는 이슬람공화국 수립 후 최장기간 이어진 반정부시위로 기록됐다.
이란 당국은 잔혹한 진압 속에 시위 참가자에게 사형까지 집행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에 따르면 시위에 나섰다가 살해된 이들이 12월 8일 현재 최소 458명으로 집계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이번 시위를 자유를 향한 국민적 열망으로 보고 연대를 표명하고 있다.
◇ 중국 고속성장 시대 이끈 장쩌민 전 국가주석 중국의 3세대 최고지도자. 96세를 일기로 11월 30일 사망했다.
덩샤오핑에게 발탁돼 당 총서기에 오른 장쩌민 전 주석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과 도광양회(빛을 숨긴 채 실력을 키움) 노선을 계승하면서 서방과의 원만한 관계 속에 중국의 비약적 경제 성장을 일궜다.
반면 민주화 운동가들과 파룬궁에 대한 탄압 등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은퇴 이후에도 상하이방 대부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시진핑 집권기에 '정적 세력'으로 분류돼 입지가 약화했으며 말년 3년간 상하이에서 두문불출하다 별세했다.
◇ 세계 경제 쥐락펴락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올 한해 세계 경제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의 '입'에 울고 웃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밝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평가받았던 파월 의장은 올해 치솟는 물가를 확인하고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변신했다.
연준은 유례 없는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4번 연속으로 단행하는 등 기준금리 상단을 0.25%에서 4.5%로 초고속으로 끌어올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면서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그가 내놓는 말 한마디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물가 안정을 위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파월 의장의 메시지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식·부동산 시장은 급락하고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였다.
그는 내년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할 방침을 공언하고 있어 세계 경제는 한동안 그의 입을 계속 바라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국제 왕따에서 주인공으로…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위 계승권자이자 정부 수반인 총리로 명실상부한 실세다.
권력과 재력을 모두 가진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 불린다.
자산은 최대 2천500조원으로 추정된다.
중동의 젊은 '계몽 군주'를 표방하지만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받아 잔혹한 권위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고유가 상황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맏형 격인 사우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덩달아 그의 위상도 높아졌다.
대선 후보 시절 그를 '국제 왕따'로 만들겠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마저 직접 사우디를 찾아가 그에게 원유 증산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 플러스'(OPEC+)가 되려 감산을 결정해 바이든 대통령은 체면만 구겼다.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카타르월드컵 등에 참석, 최근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12월에는 시진핑 국가주석도 사우디를 방문해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났다.
지난달 방한으로 국내에서도 주목받았다.
◇ 사상 최장 왕세자 거쳐 왕위 오른 찰스3세 영국 국왕 9월 8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직후 74세 나이에 왕위를 계승했다.
여왕과 필립공 사이 장남으로 태어나 9살이던 1958년 영국 왕세자(Prince of Wales)로 책봉된 이래 무려 64년간 즉위를 기다린 기록을 남겼다.
일찌감치 왕세자로 낙점돼 여왕 역할을 대행하기도 한 '준비된 국왕'이지만 다이애나비와의 이혼, 사우디에서 거액 기부금 수수 등으로 인기가 어머니만 못하다.
1981년 다이애나비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으나 이전 연인인 커밀라 파커 볼스와 불륜설이 끊이지 않았다.
다이애나비가 이혼 이듬해인 1997년 교통사고로 숨졌고, 찰스는 비난 속에서 커밀라와 2005년 재혼했다.
커밀라도 줄곧 세자빈 호칭을 얻지 못하다가 찰스 국왕 즉위로 왕비(Queen Consort)로 격상됐다.
영국이 경기침체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은 가운데 호감도가 떨어지고 나이가 많은 왕이 등장하면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중간선거 압승으로 트럼프 압도한 론 디샌티스 11·8 미국 중간선거는 2024년 미국 대선의 공화당 잠룡 중 한 명에 불과했던 론 디샌티스(44) 플로리다 주지사가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는 계기가 됐다.
공화당 대선후보로 재선 도전이 유력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부진 책임론에 휘말려 입지가 흔들리면서 디샌티스가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했다.
1978년 플로리다주의 이탈리아계 미국인 가정에서 태어나 예일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디샌티스는 해군에 입대해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경력이 있다.
2012년 플로리다 6구 연방하원의원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정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았고, 2018년 연임제한에 걸린 릭 스콧 전 주지사 대신 선거에 나서 승리한 이후 플로리다 주지사직을 역임해 왔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19%포인트라는 보기 드문 득표율차로 재선에 성공, 차기 대선 후보로 몸값을 키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드샌티스의 압승 직후 "평균 수준의 주지사"라며 견제구를 던졌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모양새다.
◇ 트위터 삼키고, 우크라전도 참견…'괴짜 갑부' 일론 머스크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소유한 세계 최대 갑부.
트위터에 팔로워 1억2천만명을 거느린 그는 10월 아예 이 회사를 사들였다.
4월 인수 방침을 발표했다가 돌연 취소, 소송을 당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에 올라선 뒤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극우 인사 계정 부활, 대규모 감원 등 예측불허 행보를 보였고, 대형 광고주 수십 곳이 떨어져 나갔다.
'머스크 리스크'에 테슬라 주가도 급락하며 12월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서도 밀려났다.
그는 사방팔방 참견을 계속하고 있다.
2월에는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에 최전방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위성 서비스 '스타링크'를 제공해 찬사를 받았다.
그러더니 10월에는 우크라이나가 2014년 러시아에 강제합병된 크림반도를 포기해야 한다는 내용의 종전안을 게시했다.
또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를 놓고는 중국에 기운 발언을 내놔 '입방정' 논란을 자초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자신이 (전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 '코인계 슈퍼스타'에서 바하마의 죄수 신세로…샘 뱅크먼-프리드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FTX의 창업자다.
그는 한때 FTX 기업 가치를 320억달러(약 42조원)로 키워 '코인계의 JP모건'이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승승장구했으나, FTX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결국 파산 보호 신청을 하며 몰락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나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했고 2019년 FTX를 창업해 코인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티셔츠와 헐렁한 반바지 차림으로 각종 행사장에 등장해 '쿨한 트레이더' 이미지로 인기를 끌어 여러 투자를 유치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대선 캠페인 때는 개인 후원자 중 두 번째로 많은 정치 자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FTX 고객 자금을 빼돌려 계열사 알라메다리서치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뱅크런 사태에 직면,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이후 그는 사기 등 혐의로 미국 검찰에 기소돼 FTX 본사 소재지인 바하마에서 체포됐으며,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수십 년의 징역형과 막대한 벌금을 부과받을 가능성이 큰 상태다.
◇ "식민지의 아들이 영국 정상에"…리시 수낵 영국 총리 영국의 제57대 총리. 영국 역사상 최초의 비백인 총리이자, 42세로 210년 만에 가장 젊은 총리다.
또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임명한 첫 총리다.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그의 총리 선출이 확정되던 날,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의 뉴스전문채널 NDTV는 "인도의 아들이 제국을 정복했다"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그는 영국에서 엘리트 코스를 착실하게 밟은 금융인 출신이다.
명문 사립고를 나와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정치·경제(PPE)를 공부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했다.
이후 금융가에서 일하다가 2015년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전임자인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경제정책 실패로 취임 44일 만에 사퇴하며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로 기록됐다.
수낵 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트러스 총리의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 100년 만의 이탈리아 극우 정권…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 '여자 무솔리니' 조르자 멜로니(45)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극우 정권이 10월 출범했다.
베니토 무솔리니가 파시즘 정권을 수립한 지 정확히 100년 만에 유럽연합(EU) 3위 경제 대국 이탈리아에 극우 정부가 들어선 것이다.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총리인 멜로니는 9월 총선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등과 손잡고 우파 연합을 결성해 압승을 이끌었다.
무솔리니의 국가파시스트당(PNF)의 후신 격인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를 맡아온 그는 '강한 이탈리아'를 기치로 반이민·반난민, 반동성애, 반유럽통합 등을 앞세워 입지를 다져왔다.
이탈리아 극우 정권 출범을 비롯해 9월에는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이 스웨덴 총선에서 원내 제2당에 오르며 도약했고, 11월에는 이스라엘 총선에서 극우정당 연합인 '독실한 시오니즘'이 약진하는 등 올해 국제사회에는 '극우 바람'이 거셌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린 물가 급등과 이에 따른 생활고, 불법 이주민 증가, 세계화 등으로 초래된 사회 불평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