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결국 두 손을 들었다. 그가 새 주인이 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가 유력 매체 언론인의 계정을 무더기로 정지시킨 데 대해 국제사회의 비판이 확산하자 하루 만에 계정을 복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트위터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워싱턴 포스트(WP), CNN 등 유력 매체 소속 기자의 계정을 사전 예고 절차 없이 정지했다.

17일 로이터통신, AFP통신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내 위치를 털어 공개한(doxxed) 계정들의 정지 처분이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 CEO는 전날 트위터에서 정지한 계정을 '당장'(now) 복구할지, 또는 '일주일 뒤'에 복구할지 투표를 진행했다.
사진=일론 머크스 테슬라 CEO 트위터 캡쳐
사진=일론 머크스 테슬라 CEO 트위터 캡쳐
투표 결과, 참가자 369만명 중 59%가 '당장' 복구한다는 데 표를 던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머스크는 계정을 복구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는 트위터가 지난 14일 정부기관, 억만장자, 유명인 등의 전용기 위치를 공개 정보를 활용해 표시해 주는 트위터 계정 25개 이상을 정지시킨 데서 시작됐다. 그 중 하나는 일론 머스크의 전용기가 어디 있는지 추적해 위치를 표시해 주는 '@elonjet'였다.

머스크는 지난달 표현의 자유를 중시한다며 "이런 계정을 차단하지 않을 정도"라고 밝혔으나 이를 뒤집은 것. 머스크는 해당 계정으로 인해 가족들이 스토킹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튿날인 15일에는 전용기 위치 표시 계정에 관한 기사를 작성했거나 관련 트윗을 한 기자의 계정도 무더기 정지했다. 정지 대상에는 NYT, WP, CNN 등 유력 언론사 소속 기자들 계정도 포함돼 있었다. 또한 계정이 정지된 기자 일부는 머스크나 그의 트위터 경영 방침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유엔과 유럽연합(EU), 국제 언론단체들은 트위터의 기자 계정 정지 사태 관련해 즉각 성명을 내고 머스크가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U는 내년 시행 예정인 디지털서비스법(DSA)을 거론해 경고에 나섰다. 베라 요우로바 EU 집행위원회 가치·투명성 담당 부위원장은 본인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번 조처를 '자의적 계정 중단'이라고 규정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적으로 언론인에 대한 검열과 신체적 위협 등이 확산한 상황에서 트위터의 이 같은 조처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이 언론의 자유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자 머스크가 결국 결정을 번복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위터는 16일 별도로 "최근 플랫폼 규정 위반으로 정지된 계정을 복구하기 시작했으며, 향후 30일간 더 많은 계정을 복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