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불발'은 용산 때문?…법인세는 이유 아니었다 [이유정의 정치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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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안 포함된 시행령 예산에, 대통령실 '불쾌'
예산안 처리 최장 불명예…"與 책임감 부족" 비판
예산안 처리 최장 불명예…"與 책임감 부족" 비판
“법인세를 23%이나 24%로 낮추는 것을 해 보려고 했는데도 그것도 (더불어민주당이)요지부동입니다.”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가 무산된 다음 날인 지난 10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 직접 한 얘기다. 예산안 협상의 최대 쟁점인 법인세 인하 문제에 대해 정부안인 3%포인트에서 1~2%포인트 인하 정도로 양보할 의사가 있지만 민주당이 들어주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5일. 법인세 1%포인트 인하안을 골자로 한 김진표 국회의장의 ‘최종 중재안’을 받아든 주 원내대표는 “1%포인트 인하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신호를 주기 턱없이 부족하다”며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예산안 협상 법정시한(12월 2일)과 2차 데드라인까지 넘긴 상황에서 국가 살림을 책임지는 여당 원내대표가 며칠 전과 전혀 다른 언급을 하며 마지막 보루였던 중재안을 거부한 것이다. 결국 예산안은 3차 시한인 15일도 넘기게 됐다.
정치계에선 김 의장이 내놓은 최종 중재안을 민주당이 전격 수용한다고 발표했을 때 예산안 협상은 타결됐다고 받아들였다. 기사 역시 그런 전망으로 쏟아졌다. 그만큼 당초 민주당 입장이 강경했고, 이 정도면 국민의힘이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기류가 강했다.
예상이 뒤집어진 진짜 이유는 법인세때문이었을까. 정치권에선 법인세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 이른바 ‘시행령 예산’ 때문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 의장 중재안에는 민주당이 원천 삭감을 주장하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및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일단 내년 예산에는 포함시키지 않고 예비비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한 이 예산을 예비비에서 쓰게 한 점에 대해 전날 대통령실이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협상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의힘이 협상 타결을 유보하면서 내세운 논리는 다소 빈약한 측면이 있다. 추가 협상이 필요한 문제로 언급한 ‘기초연금 부부합산 공제’는 해당 법안이 국민의힘 반대로 아직 상임위 소위도 통과하지 못했다. 예산안 협상 안건으로 포함되지도 않았다. 임대주택·지역화폐 등에 관한 예산은 이미 9일 대부분 합의가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관련 합의안 문서까지 나돌았다.
예산안 협상은 지리한 논쟁을 돌고 돌아 다시 시계제로 상황이 됐다. 여당은 그동안 민주당이 ‘국정을 발목 잡는다’며 공격해 왔지만, 국민의힘의 최우선 고려사항이 예산안 타결이었는지 대통령실의 의중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정과 협치를 주도해야 할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김 의장은 16일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이건 마치 우리 경제를 살리고 취약계층을 도우려는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못 굴러가게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솔직히 합의 처리가 안 돼도 손해 볼 일 없다”고 했던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의 말이 현실화될 일은 없어야 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가 무산된 다음 날인 지난 10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 직접 한 얘기다. 예산안 협상의 최대 쟁점인 법인세 인하 문제에 대해 정부안인 3%포인트에서 1~2%포인트 인하 정도로 양보할 의사가 있지만 민주당이 들어주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5일. 법인세 1%포인트 인하안을 골자로 한 김진표 국회의장의 ‘최종 중재안’을 받아든 주 원내대표는 “1%포인트 인하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신호를 주기 턱없이 부족하다”며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예산안 협상 법정시한(12월 2일)과 2차 데드라인까지 넘긴 상황에서 국가 살림을 책임지는 여당 원내대표가 며칠 전과 전혀 다른 언급을 하며 마지막 보루였던 중재안을 거부한 것이다. 결국 예산안은 3차 시한인 15일도 넘기게 됐다.
정치계에선 김 의장이 내놓은 최종 중재안을 민주당이 전격 수용한다고 발표했을 때 예산안 협상은 타결됐다고 받아들였다. 기사 역시 그런 전망으로 쏟아졌다. 그만큼 당초 민주당 입장이 강경했고, 이 정도면 국민의힘이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기류가 강했다.
예상이 뒤집어진 진짜 이유는 법인세때문이었을까. 정치권에선 법인세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 이른바 ‘시행령 예산’ 때문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 의장 중재안에는 민주당이 원천 삭감을 주장하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및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일단 내년 예산에는 포함시키지 않고 예비비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한 이 예산을 예비비에서 쓰게 한 점에 대해 전날 대통령실이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협상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의힘이 협상 타결을 유보하면서 내세운 논리는 다소 빈약한 측면이 있다. 추가 협상이 필요한 문제로 언급한 ‘기초연금 부부합산 공제’는 해당 법안이 국민의힘 반대로 아직 상임위 소위도 통과하지 못했다. 예산안 협상 안건으로 포함되지도 않았다. 임대주택·지역화폐 등에 관한 예산은 이미 9일 대부분 합의가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관련 합의안 문서까지 나돌았다.
예산안 협상은 지리한 논쟁을 돌고 돌아 다시 시계제로 상황이 됐다. 여당은 그동안 민주당이 ‘국정을 발목 잡는다’며 공격해 왔지만, 국민의힘의 최우선 고려사항이 예산안 타결이었는지 대통령실의 의중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정과 협치를 주도해야 할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김 의장은 16일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이건 마치 우리 경제를 살리고 취약계층을 도우려는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못 굴러가게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솔직히 합의 처리가 안 돼도 손해 볼 일 없다”고 했던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의 말이 현실화될 일은 없어야 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