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사용 제한되는 범위만큼 추가 보상해야"
'고압선 주변 3m만 보상' 고집하는 한전…대법 "잘못된 기준"
한국전력공사(한전)가 고압 송전선이 지나는 땅 주인에게 보상할 때 기존에 활용해온 '수평 3m' 기준을 넘어 건조물 설치가 제한되는 지역을 전부 보상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재차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에 아랑곳없이 송전선으로 재산 피해를 보는 주민들에게 최소한도의 보상 원칙을 유지해온 관행에 다시 한번 제동을 건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송전선 주변 3m의 토지 외에 추가적인 보상 의무가 없다고 본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경기 평택의 임야 상공에 설치된 34만5천볼트(V)짜리 고압 송전선 때문에 벌어졌다.

송전선 일대 임야 992㎡(약 300평)를 보유한 A사가 고압선 때문에 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압선 주변 3m만 보상' 고집하는 한전…대법 "잘못된 기준"
고압선이 지나는 지역은 고압선과 가까울수록 땅 이용에 제한이 커진다.

고압선으로부터 수평으로 3m 범위(그림 속 ①∼② 영역)에서는 건조물 등의 설치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③ 영역은 2014년 대법원 판례로 마련된 '법정 이격거리'로, 전압에 따라 전압에 따라 7.65m나 13.95m 등이 설정된다.

이 영역에서는 건조물 설치가 일부 제한된다.

④ 영역에선 건조물 설치가 가능하나 토지 모양에 따라 사용 영역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A사는 2012년 한전을 상대로 고압 전선 철거와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제기해 ③ 영역 일부가 포함된, 송전선 약 7.8m 범위에서 보상받을 수 있다는 확정판결을 받아냈다.

그런데 한전은 대법원 판례를 무시하고 '수평으로 3m' 토지 상공에 한해 행정당국으로부터 토지 사용 허가를 받은 뒤 그 범위에서만 손실 보상했다.

이는 한전이 지금까지 활용해온 실무상 보상 기준에 따른 것이다.

한전의 사용권이 없는 땅에 송전선이 지나 문제가 됐으니 ①∼② 영역에 한정해 토지 소유자와 지상권·임차권 계약을 하거나 손실 보상을 하는 방식으로 사용권을 얻으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한전은 일단 ①∼② 영역의 사용권을 확보하고 보상까지 마친 뒤 A사에 ③ 영역까지 보상할 의무를 없애달라는 역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한전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한전이 법정 이격거리인 ③ 영역도 보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전이 ①∼② 영역 상공의 사용권을 획득했지만 ③ 영역 토지 사용 제한은 그대로여서 이 부분 역시 보상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관계자는 "한전의 실무상 보상기준이 종래 대법원이 인정하던 부당이득 인정 기준에 미달한 상황에서 다수의 분쟁이 발생했다"며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하급심 혼란을 정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