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서울지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3719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2954건)보다 25.9% 증가했다. 12월 통계를 더하지 않더라도 이미 연간 기준으로 최고치다.
직전에는 2012년(3592건)에 신청이 가장 많았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전·월세 계약 만료 시점에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세입자가 신청하면 법원이 내리는 명령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전셋집 실거주와 확정일자가 필요하다.
만약 임차인이 이사를 하게 되면 확정 일자가 있더라도 실거주가 아니어서 우선 변제권이 사라진다.
그러나 임차권 등기명령을 받아 등기가 이뤄지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못 받은 채 이사를 한 이후에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가 유지된다.
수도권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서울과 함께 인천의 신청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인천의 1∼11월 신청 건수는 2685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늘었고, 이미 연간 최고 기록(2021년 1498건)을 넘어섰다.
경기의 1∼11월 신청 건수는 3198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4% 증가했다.
전국의 1∼11월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은 1만3803건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6%(2814건) 늘었다.
임차권등기명령 제도를 활용하더라도 보증금이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다른 주거지를 구할 여력이 없다.
1139채의 수도권 빌라·오피스텔을 임대하다 사망한 이른바 ‘빌라왕’ 김모씨의 피해자들은 임차권등기를 하지도 못했다.
집주인이 사망했을 경우에는 상속인을 상대로 임차권등기를 하면 되지만, 김씨는 생전 62억원의 종합부동산세를 체납해 부모가 상속을 꺼리고 있다.
정부는 합동 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임차권등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제도를 이용해 방어권을 마련할 수 있지만 사실 당장 이사 등을 가야 하는 세입자의 경우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임대인과 계약을 연장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