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연말 송년회서 부동산이 사라졌다
연말 송년회 풍경이 확연히 달라졌다. 집값 이야기가 사라졌다. 지난해만 해도 “어디 동네는 몇십억원을 찍었다더라, 누구네 집은 얼마가 뛰었다더라” 등 온통 아파트 얘기뿐이었다. 그런데 올 연말에는 집값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드물다. 수억원씩 떨어졌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아예 시세를 들여다보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전문가들조차 부동산 시장이 한 해 동안 이렇게 급변할지는 예견하지 못했다. 상반기까지도 ‘단기 조정론’을 내세운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14.1%로 15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8.02%)도 2006년 후 최대 폭으로 뛰었다. 이런 시장이 불과 1년 새 ‘급전직하’할 것으로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올 들어 11월까지 전국과 서울 아파트 가격은 각각 4.79%, 4.89% 떨어지며 외환위기 후 최대 낙폭을 기록 중이다.

1년 새 사상 최고·최저 급등락

실거래 시장에선 지난해 하반기에 18억원 안팎에 거래된 서울의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13억~14억원대에 매물로 나와 있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수요자들의 부동산 하락장 체감도는 통계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최고가보다 3억~4억원 낮은 가격대에도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이후 서울 아파트 월평균 거래건수는 900건 안팎에 그치고 있다. 2010년 이후 11년 동안 월평균 6350건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거래절벽’을 넘어 ‘빙하기’에 가깝다.

부동산 시장은 크게 수급과 규제 정책 그리고 금리에 의해 방향이 결정된다. 최근 시장은 이 가운데 금리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까지 연 0.5%로 역대급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주택담보대출 역시 연 2~3% 내외에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1년3개월 만인 지난 11월 연 3.25%로 6.5배 뛰었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연 8%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 2월 연 0.25%이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여섯 번의 줄인상으로 연 4.5%까지 치솟았다.

'진짜 바닥은 내년에 온다'

금리는 주택 구입 부담비를 가중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발표하는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지난 2분기에 사상 최고인 204를 기록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위소득 가구가 표준대출로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의 대출 상환 부담을 나타낸다. 100이면 소득의 25%를 원리금 상환에 쓴다는 의미다. 서울지수 204는 소득의 절반을 원리금을 갚는 데 써야 한다는 얘기다. 시장에선 지수 130(소득 대비 상환액 비중 30%대) 선을 실수요자들이 움직이는 합리적 수준으로 보고 있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갓 꺾이기 시작한 2분기에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은 대출이자 증가로 상환액 부담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금리가 주택시장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주택시장에서 본격 반영되는 내년 1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리 요인이 부동산 시장에 반영되는 시차를 고려할 때 기준금리가 연 3%대에 진입한 지난 10월 이후 6개월가량 지난 시점에 진짜 파도가 밀어닥칠 것이란 전망이 팽배하다.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한 다각적 안전장치가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