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37.74%.’

올해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인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SK하이닉스, 두산에너빌리티의 평균 주가 하락률이다. 이들 종목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막대한 유동성에 힘입어 높은 수익률을 안겨줬다. 하지만 올 들어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 긴축을 강화하면서 이들 대형주의 수익률도 덩달아 곤두박질쳤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박스권 흐름 속 종목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력이 부족한 개인투자자가 개별 종목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다. 중소형주를 전문으로 분석하는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어떤 기업을 유망하다고 보고 있을까. 이들은 “로봇, 자동차 전장 등에서 실적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갖춘 종목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그래픽=신택수 기자
그래픽=신택수 기자

이구동성 “로봇 산업 유망”

최근 스몰캡 보고서를 발표한 유안타증권과 키움증권은 내년 유망 테마로 로봇을 꼽았다.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로봇의 중요성이 대두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유안타증권은 로봇 관련주로 인탑스로보티즈를 추천했다. 스마트폰 케이스 제조업체인 인탑스는 베어로보틱스에 서빙 로봇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이 증권사는 내년 인탑스의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36.8% 증가한 165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4.0배에 불과하다.

로보티즈는 모터, 감속기, 제어기로 구성된 로봇 전용 구동장치인 액추에이터를 생산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실내 자율주행로봇을 상용화했고 실외 자율주행로봇 개발도 성공했다.

키움증권은 레인보우로보틱스에스비비테크를 로봇 산업 최선호주로 꼽았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 이족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KAIST 연구팀이 세운 기업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해 1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과 2024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각각 36억원, 95억원으로 높은 성장률을 이어갈 전망이다.

에스비비테크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진공 로봇에 들어가는 베어링을 주력으로 생산하던 회사다. 2013년 국내 최초로 로봇의 핵심 부품인 ‘하모닉 감속기’를 양산하며 감속기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감속기는 로봇에서 모터의 회전력을 증폭시켜 로봇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핵심 부품이다. 에스비비테크는 감속기 생산 능력을 현재 1만2000대 수준에서 내년 5만 대, 2025년대 20만 대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자동차 전장부품株도 ‘주목’

자동차 전장 산업도 유안타증권과 NH투자증권으로부터 복수 추천을 받았다. 전기차 시장 성장과 자율주행 기술 발전 등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안타증권은 비에이치아모그린텍을 유망 종목으로 선정했다. 비에이치는 애플에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을 공급하는 ‘애플 관련주’로 알려져 있다. 유안타증권은 내년 비에이치의 전기차 배터리용 FPCB 매출이 올해보다 66% 증가한 70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비에이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8배로 1년 전(8.6배)보다 크게 낮아진 상태다.

아모그린텍은 테슬라 등 글로벌 전기차업체에 고효율 자성소재를 공급한다. 고효율 자성소재는 전력 손실을 줄이고 발열 온도를 낮춰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부품이다. 이수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고효율 자성소재와 에너지저장장치, 나노멤브레인 등이 성장을 이끌면서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토비스아바코를 추천했다. 카지노용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토비스는 자동차 전장 디스플레이로 주력 분야를 넓히고 있다.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올해보다 234.3% 급증한 319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307억원)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캐시카우·신사업 겸비한 유망주는

NH투자증권은 내년 실적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탄탄한 본업을 갖춘 종목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안정적인 캐시카우와 성장성 높은 신사업을 겸비한 이랜텍, 아바코,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 에스비비테크, 아이쓰리시스템 등을 추천했다.

키움증권은 전통 산업인 건설기계 업종에 기회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원재료와 운임비가 하락하는 가운데 판가 인상을 통해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망 종목으로는 트랙터 업체 TYM과 굴삭기 부품업체 진성티이씨를 꼽았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재건과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등 대규모 토목 공사를 동반하는 이벤트가 존재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