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로펌이 앞다퉈 건설·부동산 분야 경쟁력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전담 조직을 신설하거나 전문인력을 늘리는 등 전문성 강화에 한창이다. 국내에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한파, 해외에선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비롯한 도시 개발 붐으로 관련 일감이 쏟아질 것으로 보고 준비에 나섰다는 평가다.

줄줄이 부동산 PF 조직 신설

부동산 PF 소송·네옴시티 자문…할일 많아진 로펌들
18일 로펌업계에 따르면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최근 ‘부동산 PF 위기대응팀’을 신설했다. 건설·부동산, 금융 규제, 도산, 구조조정, 회계분석,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100여 명으로 팀을 꾸렸다. 국내 로펌 중 최대 규모다. 이 팀은 시공사와 시행사, 투자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부동산 PF 시장 냉각기에 대응하는 방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자금 재조달(리파이낸싱), 대출금 회수, 부실채권(NPL) 매각, 시행권 매매 등을 자문할 뿐만 아니라 PF 무산이나 대출금리 폭등 등에 따른 공사 지연 및 비용 증가의 책임을 둘러싼 소송도 맡는다.

법무법인 태평양도 지난달 초 80여 명의 전문가를 투입해 ‘부동산 PF 리스크 대응팀’을 꾸렸다. 광장과 율촌·세종·화우·지평·바른 등 다른 로펌도 비슷한 조직을 만들어 부동산 PF 시장 한파와 인플레이션, 금융시장 침체 여파로 기업들이 마주할 수 있는 여러 법률 문제에 대처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로펌들은 금리 급등과 각종 건설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동산 PF 시장 냉각으로 쏟아져나올 가능성이 큰 자문과 소송업무 선점을 노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건설사 보증을 받은 A1 등급 부동산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여전히 3개월물 금리가 연 9~10%에 달한다.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자 시중은행 등 대형 금융회사는 부동산 PF 대출을 자제하고 있다. 건설 원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돈줄마저 마르면서 공사가 미뤄지거나 잠정 중단된 현장이 속출하고 있다.

‘빈살만 효과’ 기대 부푼 해외 건설

로펌들은 국내에선 위기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면 해외에선 대형 개발사업으로 파생할 효과에 집중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추진하는 670조원 규모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빈살만 왕세자 방한 후 국내 건설사들은 부푼 기대를 안고 수주전 준비에 한창이다. 탈원전 정책 폐기에 따른 원전 수출 재개와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대규모 개발사업도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로펌들은 초반 협상, 계약서 법률내용 검토, 분쟁 해결 등 해외 건설 수주 준비 단계부터 완공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자문을 건설사들에 제공하고 있다.

율촌은 최근 한국수력원자력 글로벌전략실장·해외사업본부장 등을 지낸 노백신 고문을 영입하며 해외 건설 분야 전력을 강화했다. 이 로펌은 지난 8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건설산업 세미나를 여는 등 현지 건설업계 관계자들과의 접촉 빈도도 늘리고 있다. 바른도 중흥종합건설 가나 지사장 출신인 백승협 전문위원을 영입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