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양자기술·AI 주권 회복…美 빅테크 패권적 지위 끝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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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 전략 주도하는 장 노엘 바로 佛 디지털 전환·통신 장관
클라우드·보안 등 기술 개발 역점
양자 분야 일자리 1.6만개 창출
반도체 산업 57억유로 투자 받아
5년 내 유니콘 100곳 육성 목표
빅테크 콘텐츠·유통 규제는
보호무역 아닌 소비자 보호
클라우드·보안 등 기술 개발 역점
양자 분야 일자리 1.6만개 창출
반도체 산업 57억유로 투자 받아
5년 내 유니콘 100곳 육성 목표
빅테크 콘텐츠·유통 규제는
보호무역 아닌 소비자 보호
“디지털시장법 등을 적용해 미국 빅테크의 패권적 지위에 마침표를 찍을 것입니다.”
프랑스 파리 시민들은 센강변 베르시 지역에 있는 경제부 청사를 흔히 ‘베르시 요새(감옥)’라고 부른다. 정부 고위 관료들이 무엇인가 알기 어려운 복잡한 일을 한다고 여겼기에 음울한 이미지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요즘도 이곳에선 유럽 각국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막강한 정책이 끊임없이 생산된다. 디지털 대전환(DX)의 패권 경쟁에서 유럽 사령부 역할을 하는 것도 이곳이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디지털전환 및 통신담당 장관(사진)은 지난 14일 경제부 청사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GAFAM’(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으로 불리는 5대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유럽연합(EU)의 규제를 두고 “미국 기업의 패권 장악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U는 빅테크에 불법 콘텐츠 유통 방지 및 유해 콘텐츠 유통 방지 책임을 부과하는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을 각각 내년 5월과 2024년 1월 시행한다. 프랑스가 EU 의장국이던 지난 상반기, 이 규제의 틀이 확정됐다. DMA를 어기면 연간 글로벌 매출의 최대 10%, DSA를 어기면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바로 장관은 한국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양자기술과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이버보안, 5세대(5G) 통신 등 산업 혁신을 가속화하는 다섯 가지 첨단 기술 개발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양자기술 선도국답게 2030년까지 6억5400만유로(약 9000억원)를 투입해 양자 분야에서 1만6000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양자기술 개발 관련 정책이 기초 단계에 머물고 있다면 프랑스는 이를 응용하는 상용화 단계 정책을 마련한 것이다.
아울러 그는 반도체산업의 ‘제조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57억유로(약 7조5500억원) 규모의 리버티프로젝트를 소개하며 5년 내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100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바로 장관은 DSA 규제를 두고 “대형 플랫폼이 광고하면 미성년자에게 유해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며 “콘텐츠와 서비스에서 미성년자를 보호할 책임은 대형 플랫폼에 있다”고 강조했다. DSA는 글로벌 빅테크에 유해 콘텐츠 제거 의무를 부과한 법이다.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폭력, 사기, 성적 학대, 범죄 등 불법 행위와 연관 있는 콘텐츠의 온라인 유포를 막는 것을 목표로 한다.
DMA 규제와 관련해선 “디지털 시장을 일부 독과점업체가 점유하고 있기에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정부는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제도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GAFAM을 해체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시장 내 공정 경쟁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 기술 경쟁에 적극 대비하는 프랑스의 산업혁신 정책은 복합 위기 시대에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8년 33.3%이던 법인세를 올해까지 22%로 낮췄다.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법인세를 50%까지 감면했고, 해고 절차를 용이하게 하는 등 친기업 정책을 펼쳤다. 그의 노력으로 노조 강국으로 불리던 ‘유럽의 병자’ 프랑스는 유럽 내 최대 해외 투자 유치국이 됐다. 최근 5년간 유니콘기업 27개가 만들어졌고 5만 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마크롱 대통령은 2030년까지 에너지, 교통, 바이오, 자본시장, 전자부품, 농업 등에 540억유로(약 74조원)를 투자하는 산업혁신 정책인 ‘프랑스 2030’ 정책을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바로 장관은 “미국의 강력한 리쇼어링 정책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정책, 한국 중국 일본 등 유럽 외 지역에서 발 빠르게 진행되는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프랑스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프랑스 2030’ 정책이 나온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긴축 정책으로 신생기업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만큼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바로 장관은 AI와 양자, 클라우드, 사이버보안, 5G 통신 등 다섯 가지 기술 가속화 정책도 소개했다. 특히 “양자기술 분야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경제 생태계에도 유익하다”며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 기업(파스퀼)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프랑스는 양자기술 개발 분야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양자기술 연구개발과 양자 관련 스타트업 지원, 센서 개발, 포스트 양자암호기술 개발, 양자 장비 생산 등을 위해 5년간 18억유로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는 반도체 제조 주권 회복과 로봇산업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바로 장관은 “프랑스의 반도체 제조 능력을 두 배로 늘려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리버티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프랑스 대통령실은 지난 7월 프랑스·이탈리아 합작 반도체 회사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미국 반도체 생산업체 글로벌파운드리스와 프랑스 그르노블 일대에 57억유로를 투입해 반도체 제조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바로 장관은 내년 1월 베르사유궁에서 열리는 대통령실 주재 해외 투자유치대회 ‘프랑스를 선택하세요’ 행사에 프랑스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들을 초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리=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프랑스 파리 시민들은 센강변 베르시 지역에 있는 경제부 청사를 흔히 ‘베르시 요새(감옥)’라고 부른다. 정부 고위 관료들이 무엇인가 알기 어려운 복잡한 일을 한다고 여겼기에 음울한 이미지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요즘도 이곳에선 유럽 각국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막강한 정책이 끊임없이 생산된다. 디지털 대전환(DX)의 패권 경쟁에서 유럽 사령부 역할을 하는 것도 이곳이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디지털전환 및 통신담당 장관(사진)은 지난 14일 경제부 청사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GAFAM’(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으로 불리는 5대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유럽연합(EU)의 규제를 두고 “미국 기업의 패권 장악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U는 빅테크에 불법 콘텐츠 유통 방지 및 유해 콘텐츠 유통 방지 책임을 부과하는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을 각각 내년 5월과 2024년 1월 시행한다. 프랑스가 EU 의장국이던 지난 상반기, 이 규제의 틀이 확정됐다. DMA를 어기면 연간 글로벌 매출의 최대 10%, DSA를 어기면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바로 장관은 한국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양자기술과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이버보안, 5세대(5G) 통신 등 산업 혁신을 가속화하는 다섯 가지 첨단 기술 개발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양자기술 선도국답게 2030년까지 6억5400만유로(약 9000억원)를 투입해 양자 분야에서 1만6000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양자기술 개발 관련 정책이 기초 단계에 머물고 있다면 프랑스는 이를 응용하는 상용화 단계 정책을 마련한 것이다.
아울러 그는 반도체산업의 ‘제조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57억유로(약 7조5500억원) 규모의 리버티프로젝트를 소개하며 5년 내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100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바로 장관은 DSA 규제를 두고 “대형 플랫폼이 광고하면 미성년자에게 유해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며 “콘텐츠와 서비스에서 미성년자를 보호할 책임은 대형 플랫폼에 있다”고 강조했다. DSA는 글로벌 빅테크에 유해 콘텐츠 제거 의무를 부과한 법이다.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폭력, 사기, 성적 학대, 범죄 등 불법 행위와 연관 있는 콘텐츠의 온라인 유포를 막는 것을 목표로 한다.
DMA 규제와 관련해선 “디지털 시장을 일부 독과점업체가 점유하고 있기에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정부는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제도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GAFAM을 해체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시장 내 공정 경쟁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 기술 경쟁에 적극 대비하는 프랑스의 산업혁신 정책은 복합 위기 시대에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8년 33.3%이던 법인세를 올해까지 22%로 낮췄다.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법인세를 50%까지 감면했고, 해고 절차를 용이하게 하는 등 친기업 정책을 펼쳤다. 그의 노력으로 노조 강국으로 불리던 ‘유럽의 병자’ 프랑스는 유럽 내 최대 해외 투자 유치국이 됐다. 최근 5년간 유니콘기업 27개가 만들어졌고 5만 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마크롱 대통령은 2030년까지 에너지, 교통, 바이오, 자본시장, 전자부품, 농업 등에 540억유로(약 74조원)를 투자하는 산업혁신 정책인 ‘프랑스 2030’ 정책을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바로 장관은 “미국의 강력한 리쇼어링 정책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정책, 한국 중국 일본 등 유럽 외 지역에서 발 빠르게 진행되는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프랑스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프랑스 2030’ 정책이 나온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긴축 정책으로 신생기업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만큼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바로 장관은 AI와 양자, 클라우드, 사이버보안, 5G 통신 등 다섯 가지 기술 가속화 정책도 소개했다. 특히 “양자기술 분야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경제 생태계에도 유익하다”며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 기업(파스퀼)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프랑스는 양자기술 개발 분야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양자기술 연구개발과 양자 관련 스타트업 지원, 센서 개발, 포스트 양자암호기술 개발, 양자 장비 생산 등을 위해 5년간 18억유로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는 반도체 제조 주권 회복과 로봇산업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바로 장관은 “프랑스의 반도체 제조 능력을 두 배로 늘려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리버티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프랑스 대통령실은 지난 7월 프랑스·이탈리아 합작 반도체 회사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미국 반도체 생산업체 글로벌파운드리스와 프랑스 그르노블 일대에 57억유로를 투입해 반도체 제조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바로 장관은 내년 1월 베르사유궁에서 열리는 대통령실 주재 해외 투자유치대회 ‘프랑스를 선택하세요’ 행사에 프랑스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들을 초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리=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