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기업이 수문을 제작한 군산 새만금 방조제 배수갑문. 금전기업 제공
금전기업이 수문을 제작한 군산 새만금 방조제 배수갑문. 금전기업 제공
금전기업은 철강재 설치공사, 상하수도공사, 강구조물 공사 같은 수(水)처리 설비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기업이다. 4대강 사업인 낙동강 24공구, 영산강 6공구를 비롯해 인천공항·새만금·아산만 방조제 배수갑문, 소양강댐 여수로 수문 제작 설치, 서울지하철 비상 방수문 등 국내 대규모 수처리 설비들이 금전기업의 기술로 만들어졌다.

전국 방조제·댐 수문제작 역사 쓴 금전기업
홍종식 금전기업 대표(사진)는 지난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문과 양수장, 배수장 등 국내 굵직한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수행했다”며 “수처리는 금전기업이 최고”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금전기업은 1956년 3월 전북 김제에서 철공소로 시작했다. 평범한 철공소가 수처리 시설 전문기업으로 변모한 것은 선친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홍 대표가 1978년 철물공사업과 설비공사업 면허를 취득하고 한국표준협회에 가입하면서부터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대형 토목공사가 잇따라 발주됐고 수처리 수요가 쏟아졌다. 홍 대표는 “경제학을 공부했지만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운 것이 철공업이었기에 철공업의 특성을 살려 좀 더 특화한 사업을 하고 싶었다”며 “경제가 성장할수록 수처리 수요가 늘어날 것은 자명했다”고 말했다.

그의 판단이 적중했다. ‘전문 수처리’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 홍 대표는 전국을 발로 뛰며 관계자들을 만나 대형 사업을 따냈다. 한탄강댐, 소양강댐, 시화호 조력발전소 수문, 안동댐, 아산만 국가방조제 배수갑문, 4대강 사업 등 굵직한 토목 공사를 잇달아 따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수문인 가로 95.7m의 4대강 수문도 금전기업 작품이다. 토목업계에서는 대한민국 수문의 80%를 금전기업이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창업 당시 82㎡(약 24평) 남짓의 재래식 지방 철공소에 불과했던 금전기업은 김제 본사와 군산공장을 포함해 8만2000㎡(약 2만4805평) 부지를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정직원 100여 명에 한때 매출이 1000억원을 넘기도 했다. 지금은 200억~300억원 규모지만 해외에서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주도 대형 개발사업이 줄자 홍 대표는 홍수·침수 방지 시설로 눈을 돌렸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처럼 지진에 의한 쓰나미 피해와 지구 온난화에 따른 홍수 대비 수요가 늘 것으로 본 것이다. 지난해 9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해일 침수 방지시설이 강원 삼척에 완공됐고, 이 시설의 수문도 금전기업이 제작했다. 높이 7.1m, 길이 50m, 두께 5m, 무게 511t. 도르래 형식의 권양기를 이용해 케이블로 수문을 들어 올리거나 내리는 방식이다. 수문을 작동하면 3m의 파고도 막을 수 있다.

쓰나미·홍수 방지 수요는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인구 1200만 명의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지반이 해수면보다 낮은 지형 때문에 장마철마다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긴다. 금전기업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주한 180t 규모의 댐 수문, 권양기 수주에도 성공했다.

홍 대표는 “창립 67년 만에 회사가 1000배 커졌지만 출발점을 잊지 않기 위해 지금도 선친이 쓰던 재래식 설비를 공장에 비치해 놨다”며 “중소기업 현실을 반영한 승계 기준이 마련돼야 경쟁력을 갖춘 기술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제=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